Substack에서 쓰는 첫 글이기에 간단한 제 소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새로운 구독자분들이 많이 유입되기를 바라는 향후 몇달 간은 소개글을 상단에 계속 달아놓겠습니다.
신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휴학생 & 사회복무요원
관심사: 회계(AICPA, 미국 공인회계사), 재무(CFA, 국제재무분석사), 투자(투자동아리)
글 작성 시 모토는 ‘80%의 Fact와 20%의 Insight’입니다. 투자동아리 선배님이 해주신 말씀인데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설명하기에도,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에도 적합한 말이라 모토로 삼았습니다.
작성주기도 고민이 많았는데 일단 주기 없이 작성해보고 훈련소 다녀온 뒤 정기적으로 작성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훈련소는 7월 예상이지만 미정입니다…)
필자는 기업분석을 할 때 재무상태, 성장성, 수익성 등 정량적인 지표와 브랜드력, 밸류체인 내 위치 등 정성적인 지표는 기본으로 봤지만 경영진의 능력을 세심하게 살펴본 기억은 거의 없다. 경영진이 중요함은 투자 거장들의 책으로도, 선배님들의 충고로도 여러번 접했지만 가장 분석하기 어려운 측면이 아닌가 싶다. 단순히 학교, 직장 등 커리어와 스펙을 볼 수는 있어도 이 경영진이 기업가치를 올릴 능력이 있는가와 주주가치를 제고할 능력이 있는가는 완전히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오늘 알아볼 김유진 대표는 다시 한번 경영진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인물이다. 김 대표는 카이스트 전산학과,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2006년 BCG(Boston Consulting Group)에 입사하여 3년 간 일한 뒤 2009년 IMM PE로 이직했다. 약 3~4년이 흐른 뒤 김 대표는 IMM PE의 할리스커피 M&A에 참여하게 된다. 당시는 믹스커피를 선호하던 30대, 40대, 50대가 원두커피로 옮겨가고 10대도 커피 외 음료를 마시러 커피숍을 가던 시기였다. 커피 시장은 연 20%씩 성장했고 커피전문점도 빠르게 늘어났다.
IMM PE는 2013년 7월 할리스 지분 60%를 450억원에 사들였다. 2012년 기준 할리스커피의 EBITDA가 90억원이었으니 EV/EVITDA가 8.3배, 제3자 입장에서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무난한 딜이다. 그후 IMM PE는 2013년 300억원, 2014년 70억원을 증자와 기존 주주 지분 매입을 통해 투자하여 지분 90% 이상을 확보하였다.
할리스는 한국 최초의 에스프레소 전문점 브랜드로 1998년 첫 매장을 열었다. 스타벅스가 1999년에 한국에 진출했는데, 이미 할리스커피가 1년 간 매장을 운영한 뒤였다.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과는 무색하게 2010년대 초반까지 브랜드 인지도는 처참했고 커피전문점 시장의 성장으로 경쟁자마저 늘어나며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등 타 프리미엄 브랜드에 밀리던 상황이었다. IMM PE는 일반적인 투자자라면 바라보지 않았을 이 시점 당시로서는 대형에 속하는 바이아웃 거래를 진행했다.
김 대표는 할리스의 브랜드 인지도를 올리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판단했다. 2013년 당시 매장수는 384개, 그중 직영점은 30개에 불과했으나 임대료가 높아 가맹점주가 개인 자금으로 진출하기 힘든 주요 상권, 휴양지 등에 직영점으로 진출했고 직영점 비율을 20% 이상으로 높였다. 직영점의 장점은 여러 테스트를 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케팅 전략, 제품 전략을 직영점에서 펼쳐보고 효과적이라고 판단되면 가맹점주와 이를 공유한다. 또한, TV광고보다는 고객의 체험이 더 효율적인 홍보수단이라고 생각하여 2014년부터 할리스 페스티벌을 열었다. 다양한 MD 상품도 같이 판매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올리는 데에 치중했고 ‘할리스’하면 빨간색이 생각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 되었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면 충성 고객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고객이 만족해야 한다. 고객이 커피숍에서 만족하게 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당연히 커피의 ‘맛’도 중요하겠지만 커피라는 음료의 특성 상 공간에서의 분위기, 편안함 등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저가 브랜드가 아니라 프리미엄 브랜드인 할리스로서 커피숍 내에서의 만족은 더욱 중요하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할리스의 성공은 이 지점에서 결정되었다.
김 대표는 고객이 커피숍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면 수익성이 저해된다는 여타 커피숍의 생각과는 다른 전략을 취했다. 특히 스타벅스와는 전략이 상반된다. 스타벅스는 DT점(Drive thru)을 늘리고, 신규 오픈 시 내부 소리가 잘 울리고 시끄럽도록 공간 설계를 하여 회전율을 높이고자 하였다. 그러나 할리스는 일명 ‘카공족’을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 여러 meme을 통해 민폐로 여겨지지만 카공족도 소중한 고객이라는 것이다. 이들을 위해 1인 좌석을 다수 배치하고 콘센트도 두었다. 동시에 베이커리 제품도 다양하게 배치하여 고객이 커피숍에 앉아 커피도 마시고 식사까지 할 수 있게 하였다.
전체적인 인테리어도 IMM PE가 인수하기 전과 후가 명확히 다르다. 여러 디자인적 요소를 배치하여 예쁘게 꾸민 공간은 처음에는 보기 좋을 수 있으나 질리기 쉽다. 김 대표는 투자비도 적게 들고 쉽게 질리지 않게 최대한 단순한 공간을 만들고자 하였다. 또한 주거지에는 커피숍에서는 보기 힘든 좌식도 도입하고, 유흥가 주변에는 24시간 매장도 다수 오픈했다. 코로나 전만 하더라도 강남역 11번 출구 앞 할리스 매장은 밤낮 구분 없이 북적였다고 한다. (주거지 주변 매장에서는 복도의 폭을 유모차를 고려하여 결정할 만큼 단순하지만 만족할 만한 인테리어를 하였다.)
이외에도 국내 최초로 로스팅센터를 신축하여 아직도 커피전문점 중 유일하게 로스팅 공장을 가지고 있다. 본질인 ‘맛’에도 상당히 신경을 쓴 것이다. 김 대표는 스타벅스를 유일한 경쟁자로 여겼는데, 스타벅스는 개발능력이 떨어진다고 언급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시간이 지나자 증명되었다. 할리스는 2019년 커피전문점 소비자 만족도조사에서 스타벅스를 제치고 1위를 기록하였고, 매장 당 매출은 2013년 연 1.8억원에서 2018년 연 2.9억원으로 크게 증가하였다. 정성적 지표와 정량적 지표 모두에서 큰 성과를 보이며 김 대표는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다.
김 대표가 처음 IMM PE에 입사했을 때 M&A 경험이 없는 것이 가장 걱정이었다고 한다. 기업가치 개선에 대해 숫자로 고민해본 기억이 별로 없었다고도 언급했다. 그러나 컨설팅 회사 출신답게 산업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할리스가 다른 커피전문점과 차별화되어야 하는 포인트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PE는 기업을 인수하고 외형을 크게 성장시키기보다는 구조조정, 인력 절감 등을 통해 금액적인 수익성을 개선시킨다는 인식이 있다. 할리스의 경우 직원도 늘고 외형도 성장하고 이익도 크게 성장한, 기업가치가 정직하게 상승한 사례이다.
IMM PE는 2013년 인수 후 2020년 매각 시까지 1,100억원 규모의 leveraged recapitalization(경영권을 담보로 차입한 후 배당을 지급하는 형식으로, 자세한 딜 구조는 다음에 알아본다.)을 진행하고 배당도 하여 투자금을 이미 회수한 상태였다. 2020년 최종적으로 KFC를 가지고 있던 KG그룹에 약 1,500억원에 지분을 매각하며 큰 차익을 거두며 엑싯하였다. 할리스커피 사레는 아직까지 IMM PE의 성공적인 딜로 남아있고, 본 딜에서 가장 공을 크게 세운 인물이 김유진 대표이다. 기존 신상철 대표의 임기가 남아있었기에 정식으로 대표이사가 된 것은 2017년부터였지만 많은 아이디어가 그녀에게서 나왔다고 한다.
김유진 대표의 행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다음은 화장품 브랜드 기업 ‘에이블씨앤씨’였다. 에이블씨엔씨는 ‘미샤’, ‘어퓨’ 등 화장품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IMM PE는 2017년 지분 25.5%를 1,900억원에 인수한 것에 더하여 지속적으로 자금을 투입하여 에이블씨엔씨에 4,200억원을 투자하였다. (SPC, 인수금융 등 메쟈닌 없이 PE가 사용할 수 있는 딜 구조 중 상당히 복잡한 편인데 자세한 사항은 다음에 알아본다.)
에이블씨엔씨는 IMM PE의 아픈 손가락으로 불렸다. 인수 이후 주가는 1/3토막 났고, 실적은 점점 악화되었다. 인수 직전 해인 2016년 매출액은 4,300억원, 영업이익은 200억원이었다. 그러나 인수 후 매출액은 감소,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2020년에는 7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IMM PE가 선택한 방법은 다시 한번 김유진 대표였다.
김유진 대표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할리스커피의 대표이사로 있었으니, 에이블씨엔씨 딜에는 참여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김유진 대표를 2021년 에이블씨엔씨의 대표이사로 선임했다는 것은 김유진 대표의 독보적인 위치를 보여준다. 2021년 2분기부터 2023년 1분기까지 대표로 있었으니 많은 것을 바꿀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김유진 대표는 2021년 적자를 500억원 줄이고 2022년에는 다시 영업흑자를 기록시키며 능력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IMM PE는 2023년 최초로 중간배당을 시가배당율 13.5%로 실시하는 등 투자금을 미리 회수하며 엑싯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에이블씨엔씨에 남아 모든 상황을 뒤집고 성공적으로 엑싯하거나 이미 암울해보이는 딜을 원금은 회수할 수 있게 하지 않을까 기대한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IMM PE에게는 더욱 급한 건이 있었다. 바로 ‘한샘’이다. 한샘은 한국의 가구 및 인테리어 회사다. 고객의 집을 꾸며주거나 가구를 판매하기도 하고 건설사에 자재를 납품하기도 한다. 이런 영역을 잘 모르는 필자 역시 한샘은 익숙할 정도이니 브랜드 인지도는 매우 높은 편이라 할 수 있다.
차트를 슬쩍 봐도 IMM PE가 얼마나 급한지 보인다. 이대로 딜을 마무리하고 급하게 매각한다면 -50%의 수익률도 그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샘은 내수로만 사업을 영위한다. 이는 인테리어 분야 1위였던 한샘에 투자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최악이다. 1위이기에 더 먹을 파이도 많지 않은데, 수출도 하지 않는다면 성장성이 전혀 없어보이기 때문이다. PE는 기본적으로 불확실성이 큰 사업보다는 cash flow가 안정적이어서 수익률이 잘 보이는 사업을 선호한다. 그렇기에 PE가 프랜차이즈 사업을 좋아하는 것인데, 이런 면에서 본다면 한샘은 좋은 선택일 수 있었다.
그러나 한샘의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안 좋다. 2017년 인수 이후 2019년 주택 매매 거래량이 급감했고, 한샘의 매출도 따라서 급감하며 영업이익도 1,400억원에서 60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코로나 시기 풀린 유동성으로 다시 실적이 반등하는 듯 했으나 고금리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경색되며 상장 후 사상 첫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더군다나 그나마 가지고 있던 장점인 국내 가구/인테리어 시장 1위의 위치도 2024년 1분기 경쟁사 현대리바트에 빼앗겼다. 시장 상황, 시장 내 위치 모두 좋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유진 대표는 2023년 1분기 에이블씨엔씨를 떠난 직후 2023년 7월부터 한샘의 대표이사 자리를 맡았다. 첫 해는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여 2022년 영업적자를 영업흑자로 되돌려놓았다. (고위급 임원을 단 한 명도 승진시키지 않았다.) 이제는 외형 성장에도 집중하여 점유율을 되찾고 인수 당시의 영업이익 이상으로 실적을 끌어올려 다시 한번 IMM PE의 구원자가 되어야 할 타이밍이다. 할리스의 전성기를 불러와 성공적인 엑싯을 이끌었던 김유진 대표가 이번에도 성공할 수 있을지 필자 역시 매우 궁금하다. 2주 뒤가 될 지, 한두달 뒤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한샘도 제대로 분석하고 김유진 대표의 전략도 세심하게 살펴봐 최종적인 투자판단을 내리는 포스팅도 업로드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