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M PE, 어피너티 등등 유명한 PE들조차 Growth capital 투자에서 최대주주와 분쟁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Growth capital 투자에서는 각종 옵션이 계약 조건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텐데요. 그나마 대상 기업의 사업이 잘 되면 덜하지만 사업이 잘 안되는 경우 분쟁은 양측에 큰 피해를 입히기 마련입니다. 최근 SSG닷컴에서의 분쟁이 일차적으로 마무리되어서 알아보려 합니다.
그리고 뉴스레터의 작성 방식에 대한 생각이 많은데요. 처음에는 회계, 투자, 금융 관련 내용이라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쓰고 싶은 내용을 쓰고자 하였으나 이제 방향성을 조금 잡은 것 같습니다. HIMS, PGY 보고서를 쓴 것과 같이 기업 보고서는 관심 있는 기업에 대해서 간간이 올리고 주로 M&A, PE 관련 분야를 다루겠습니다. 업계 종사자도 아니고, 관심이 매우 많은 학생일 뿐이다 보니 제 생각을 가감 없이 작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목차
SSG닷컴 Deal Overview
체크포인트1) 계약서를 잘 봅시다
체크포인트2) TRS를 통한 파훼법
SSG닷컴 Deal Overview
필자가 이커머스를 자주 쓰는 편이 아니어서 SSG닷컴이 소비자가 느끼기에 어느 정도 포지션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쿠팡에 대한 기업보고서를 봤을 때 비교 대상이 네이버쇼핑, 알리/테무 등이었던 걸로 봐서 크게 영향력 있는 포지션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먼저 재무부터 살펴보자.
SSG닷컴의 재무제표만 놓고 보면 투자하고 싶지 않은 모양새다. 외형은 충실히 잘 성장해주고 있으나 적자폭 역시 커지고 있고, 현금도 계속해서 빠져나가고 있다. 물론 SSG닷컴은 그 자체가 영업 성과를 내는 데에만 목적을 둔 기업은 아니니 중요한 점은 아닐 수 있겠다. 왜냐하면 SI에게도, FI에게도 GMV를 늘리는 것 자체가 기업 가치의 상승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SSG닷컴 딜의 시작은 18년 물적분할로 인한 설립이었다. 이마트는 온라인 쇼핑몰 사업부로 이마트몰을, 신세계는 온라인 쇼핑몰 사업부로 신세계몰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마트가 이마트몰을 물적분할한 후 신세계몰을 합병비율 65:35로 흡수합병했다. 그 후 사명을 SSG닷컴으로 변경했고 이때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BRV캐피탈매니지먼트’가 FI로 들어왔다.
SSG닷컴이 유상증자를 하는 방식으로 투자가 이루어졌으며 투자액은 총 1조 원이었다. 대금 전체를 바로 납입하지는 않았고 19년 3월에 7천억 원, 22년에 3천억 원을 투자했다. 분할 납입은 Investment thesis와도 관련이 있다.
Investment thesis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
10년 대 이커머스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13년 38조 원에 불과했던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CAGR 24%로 성장하여 18년 112조 원에 도달했다. 시장 규모가 두자릿수로만 성장해도 매우 빠르게 성장하는 편인데, 20%가 넘는 성장을 지속했으니 PE로서 이러한 시장에 투자할 기회가 있다면 놓칠 수 없다.
절대적 강자가 없던 시장
지금이야 쿠팡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강자로 자리 잡았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다. 19년 이커머스 시장점유율만 봐도 네이버가 16.7%로 1위, 그 뒤를 이베이코리아(13.5%, 현 ‘G마켓’으로 현 최대주주는 신세계), 쿠팡(9.5%)이 이어갔다. 당시 SSG닷컴의 시장점유율은 3% 미만이었지만 전국에 오프라인 매장을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플레이어라는 매력이 있었다. 실제로 당시 애널리스트들은 장기적으로 이커머스 시장이 포화 상태가 되고 성장이 둔화된다면 오프라인 매장을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가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또, 신세계 그룹 입장에서도 생각해보자. 당시는 이커머스 시장의 치킨게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투자가 치열하던 시기였다. 그리고 이커머스 시장 경쟁을 위해 신세계는 22년까지 물류센터를 두 곳에서 여섯 곳으로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둔 상태였다. 그러나 신세계는 18년 말 연결 기준 현금이 3,500억 원, FCF는 적자인 상황이었고 이마트도 현금은 3,000억 원, FCF는 적자인 상황이었다. 물류센터 한 곳을 건설하는데 수천억 원이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치킨게임에 참여하기에는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었고 FI의 투자가 필요했을 것이다.
옵션으로 인한 Downside protection
상기 두 thesis가 있긴 하지만 점유율이 워낙 낮았고,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었기에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해야 하는 PE 입장에서는 안전 장치를 마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미국의 사례를 보면 결국 Amazon이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한다. 승자 독식 구조의 시장이라는 소리다. 리스크가 큰 투자일 수밖에 없다.
안전 장치 협의 과정이 오래 걸렸던 탓인지, FI의 투자 의사가 언론에 나온 후 1년이 넘어서야 딜은 마무리되었다. 결국 어피너티와 BRV는 주주간계약을 통해 SSG닷컴이 5년 이내 상장을 하지 못하거나, GMV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신세계 그룹에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풋옵션을 가지게 되었다.
Buy-out 투자가 아닌 Growth capital 투자에서는 Downside protection 장치가 자주 등장하곤 한다. 특히 트랙레코드가 많지 않은 중소형 PE의 경우, 트랙레코드 입증에 있어서는 안정적인 수익이 중요하기에 메쟈닌(CB, RCPS 등)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어피너티와 BRV가 중소형 PE라는 말은 아니다.) 어피너티와 BRV가 메쟈닌이 아닌 보통주를 통해 자금을 투입하고 풋옵션을 설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1) 경쟁이 치열하지만 시장 또한 급속도로 성장하기에 Upside가 큰 투자였다.
2) SSG닷컴은 K-GAAP이 아닌 K-IFRS를 회계기준으로 채택하고 있었다. 만약 메쟈닌을 통한 투자가 이루어졌다면 K-IFRS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이를 부채로 계상하도록 되어있는데, 그렇게 된다면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SSG닷컴의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리고 이제 당시 맺은 계약 기간인 5년이 지났다.
체크포인트1) 계약서를 잘 봅시다
다들 알고 있는 대로 SSG닷컴은 신세계 그룹의 야망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20년 기준 네이버가 17.4%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했고, 쿠팡, 이베이코리아가 뒤를 이었다. SSG닷컴은 18년보다 오히려 점유율이 떨어진 상황이었다. 신세계 그룹의 정용진 전 부회장은 이커머스를 신성장 동력으로 큰 힘을 쏟았으나 성과가 안 났던 것이다.
이에 따라 21년 신세계가 온라인 여성복 쇼핑몰인 ‘W컨셉코리아’를 인수하고 이마트가 이커머스 시장 3위를 차지하고 있던 ‘이베이코리아’도 인수하며 몸집을 키워 나갔다. 이베이코리아는 지금의 G마켓이다.
W컨셉은 IMM PE의 대표적인 바이아웃 딜이다. W컨셉은 온라인 여성복 편집숍인데, IMM PE가 인수한 해인 17년 매출은 270억 원, 영업이익은 적자였기에 불확실한 성장 가능성에 투자한다는 평이 많았다. 그러나 결국 매각하는 해인 21년 1,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보여주며 4년 만에 매출이 4배 가까이 상승하였다.
W컨셉 같은 쇼핑몰 기업의 경우 GMV(거래액)을 기준으로 valuation하곤 한다. IMM PE가 인수할 당시 GMV가 916억 원, EV/GMV는 1.1x 수준이었고 SSG닷컴에 매각할 당시에는 GMV 2,340억 원, EV/GMV 1.1x 수준이었다. 결국 순수 본업의 성장으로 IRR 28%가 넘는 투자를 성공해낸 것이다. 하우스 별 대표적인 딜을 알아보게 될 기회가 있을 것 같으니 다음에 자세히 알아보자.
인수 후 점유율은 더 급하게 떨어졌다. 코로나 시기 이커머스 시장이 한 차례 점프업을 하며 성장할 때 신세계 그룹은 성장의 과실을 먹지 못하고 뒤쳐지는 모습이었다. 22년에는 쿠팡이 네이버를 넘어 시장점유율 24.5%로 1위를 차지했고 네이버가 23.3%로 2위, SSG닷컴과 G마켓은 합산하여 11.5%로 3위를 이어갔다. 18년 기준 G마켓의 시장점유율이 13.5%, SSG닷컴이 2.8%였으니 4년 만에 시장점유율이 4.8%p 떨어진 것이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쿠팡과 네이버 중 누가 시장점유율 30% 고지를 달성하느냐이다. 신세계 그룹은 이커머스 시장 경쟁에서 완전히 뒤쳐졌다. 그리고 사업이 잘 안될 때는 다른 곳에서도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현재 상황을 보면, 신세계 그룹은 SSG닷컴 IPO를 몇 년 간 시도했으나 실패하였다. 사실 ‘실패’라고 보기 보다는 원하는 밸류를 받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어찌됐든 IPO를 하지는 못한 것인데 신세계는 23년 사업보고서에서 풋옵션 행사 요건이 사라졌다고 판단하고 관련 부채를 환입하였다. IPO 요건은 물론, GMV 요건도 충족했다고 본 것이다.
FI는 풋옵션 행사 요건이 사라지지 않았고 자신들은 풋옵션을 행사할 것이라 반박했는데, 논란이 된 부분은 GMV였다. GMV는 Gross Merchandise Volume, 총거래액을 의미하는데 사실 계산 방법이 모호하다. 플랫폼이 상품권을 팔고, 고객이 상품권을 사용하여 상품을 구매했다면 GMV 계산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중복 계산이기에 상품권 판매는 제외해야 맞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관행적으로 중복 계산해왔다고 한다. 앞서 언급했듯 플랫폼 기업의 가치는 GMV를 기반으로 산정되는 경우가 많기에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하는 행동일 것이다.
풋옵션 행사 요건 기준 GMV는 5조 1,600억 원이었고 신세계 그룹이 주장하는 23년 SSG닷컴의 GMV는 5조 7천억 원, FI가 주장하는 23년 SSG닷컴의 GMV는 기준 GMV에 못 미친다. 상품권 중복 계산이 6천억 원 이상의 차이를 만들어내니 심각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더군다나 GMV 관련 분쟁은 이루어진 바가 거의 없기에 판례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GMV가 크게 논란이 되긴 하였으나 사실 IPO 요건도 애매하다. SSG닷컴은 21년부터 상장을 추진하며 미래에셋증권과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으나 그 이후 과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IPO에 대한 의지가 별로 없다고 볼 수 있다. FI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상장 주관사를 선정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IPO 가능 의견서를 받아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PE의 딜에서 계약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꽤나 많다. 소송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필자는 여기에 두 가지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1) 계약서 상의 모호한 조항
생각보다 계약서 상의 조항이 모호해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스마일게이트RPG 사례도 그렇고, SSG닷컴 사례도 그렇다. 감히 예상해보건대, 금융 용어는 정의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제를 일으키는 용어는 아니지만 예를 들어 EBITDA는 영업이익 + D&A로 구할 수도 있고, 순이익에서 출발하여 구할 수도 있다. 영업외손익이 큰 경우 두 금액의 차이가 크게 나타나기도 한다.
물론 ‘협조한다’와 같은 주관적인 해석이 담길 수 있는 문장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기에 금융 용어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는 IMM PE의 DICC 딜이고 다음에 알아보자.)
2) 시간이 지나며 달라진 이해관계
계약이 성사될 때는 합의가 이루어지고 잘해보자는 마음을 가지지만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았을 때는 최대한 자신이 유리한 쪽으로 해석을 하게 된다. 주주간계약에 문제가 생기는 사례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았을 때가 많다. 예를 들어 IPO가 주주간계약의 조건인 경우, 서로가 IPO를 원해야 문제 없이 딜이 마무리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계약 기간 막바지가 되면 FI는 exit을 위해 IPO를 원하는데 기존 대주주가 IPO를 원치 않는 경우도 많다.
이와 관련하여 대형로펌 M&A 담당 변호사님과 PE에서 변호사로 근무하신 선배님의 답변을 들은 적이 있는데 결국 답변은 하나였다. 계약서를 꼼꼼히 보고 모든 용어의 정의를 확실히 해놓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지난번 스마일게이트RPG 사례의 경우 순이익이 K-IFRS 기준인지, K-GAAP 기준인지가 문제가 되었다.
M&A 담당 변호사의 경우 회계, 금융에 대한 지식 함양이 필요하고, PE의 경우 로펌에 LDD를 의뢰하고 계약서 검토를 의뢰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스스로 모든 내용을 꼼꼼히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필자가 PE 주니어 분들을 뵈면 계약서 검토에 많은 시간을 들인다고 하기에 지금 하는 말이 굉장히 경솔한 발언일 수 있다. 하지만 유사한 문제로 분쟁이 발생하고 소송이 오가는 경우가 반복되는 것도 사실이다.
체크포인트2) TRS를 통한 파훼법
이러한 분쟁이 벌어질 경우 선택지는 두 가지가 있다. 소송전을 이어갈 수도 있고, 합의에 이를 수도 있다.
어피너티는 이미 교보생명의 신창재 회장과 SSG닷컴과 유사한 문제로 소송을 이어간 바 있다. 당시에도 어피너티 컨소시엄이 IPO를 행사 조건으로 풋옵션을 가지고 있었는데, 결국 IPO가 진행되지 않았다. 그 후 어피너티는 컨소시엄은 풋옵션을 행사했는데, 이 풋옵션 행사가 정당한지를 두고 소송이 벌어졌다.
주요 쟁점은 풋옵션 행사 가격이 적절한가였다. 대법원은 어피너티 측의 손을 들어줬으나 ICC(국제상업회의소)는 1차 재판에서 풋옵션 행사 권리가 있는 것은 맞지만 행사 가격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현재 2차 재판이 이루어지는 중이며 소송은 6년 째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긴 소송은 PE에게 큰 피해가 가는 경우가 많다. IMM PE의 경우 DICC 딜에서 긴 소송을 겪으며 첫 블라인드 펀드인 로즈골드 1호를 IRR 5% 대의 초라한 성적표로 청산했다. 더더욱 초기 계약서 검토가 중요한 이유다.
SSG닷컴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소송이 이루어져 신세계 측이 승소할 경우 FI는 엑싯을 위해 지분을 제3자에 매각해야 한다. 11번가의 사례를 보면, 기준금리 인상과 경쟁 심화로 쇼핑몰 플랫폼 기업가치는 과거에 비해 대폭 하락한 상황이다. SSG닷컴보다 GMV가 월등히 높은 11번가는 18년에 인정받았던 기업가치 2~3조 원의 1/5 수준인 5천억 원에 매각을 시도 중이지만 투자자가 나타날지 확실치 않다. 이러한 valuation을 SSG닷컴에 대입해보면 FI가 직접 매각할 시 수익률을 계산하는 의미도 없는 금액으로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FI 측이 승소할 경우 신세계 그룹은 1조 원에 어피너티와 BRV 지분을 사들여야 한다. 신세계와 이마트가 가지고 있는 현금을 합치면 약 3조 원이다. 그리고 신세계와 이마트의 23년FCF 합산 금액은 4천억 원 수준이다. 심지어 신세계건설은 네 달 전 6,500억 원 어치 영구채를 발행한 바 있다. 자금 사정이 좋지 못하다는 뜻이다. 이 상황에서 1조 원의 자금을 조달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사실 승소 확률이 반반이라면 신세계 그룹 입장에서 소송을 이어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소송에서 지면 원래 지급했어야 할 1조 원을 지급하는 것이고, 소송에서 이긴다면 FI를 신경 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세계 그룹은 FI와 합의하여 6개월의 유예기간 안에 제3자에게 어피너티와 BRV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매각이 되지 않을 시 직접 지분을 매입하기로 했다.
FI와 분쟁이 발생했을 때 신세계 그룹은 여러 법무법인으로부터 자문을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계약서와 상황을 검토한 결과 패소 확률이 명백히 높다고 판단했을 확률이 높다. 패소할 시 대금 지급에 대한 시간은 유예할 수 있더라도 지연이자까지 납입해야 하기에 큰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소송을 진행하지 않더라도 바로 지분을 매입하기는 힘드니 유예기간 내 제3자에게 매각해주기로 합의한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SSG닷컴 지분 30%를 누가 1조 원에 사가겠냐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듯, 쇼핑몰 플랫폼 기업가치는 대폭 하락한 상황이기에 정상적으로 SSG닷컴 지분 30%를 1조 원에 사갈 투자자는 없다.
언론에서 언급되는 해결 방안은 TRS다. TRS(Total Return Swap)는 총수익스왑으로 종종 등장하는 거래 방식이다. 구조는 다음과 같다.
총수익 매도자는 대상 자산을 매입한다. 총수익 매수자와는 TRS 계약을 맺어 수수료 명목의 이자를 수취한다. 이에 대한 대가로 자산 가치 변동에 따른 손익, 배당, 이자, 의결에 대한 권리를 총수익 매수자에 이전한다. 통상 총수익 매도자는 계약 기간이 종료되면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기에 거래의 실질은 총수익 매도자에게서 돈을 빌려 총수익 매수자가 대상 자산을 매입하고, 중간중간 이자를 지급하고 만기가 되면 원금을 상환하는 것과 같다.
본 사례에 대입해보면 신세계는 증권사에게서 1조 원을 빌려 매년 이자를 지급하는 것만으로 FI의 풋옵션 행사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다. 실질적으로는 차입이지만 회계적으로는 재무상태에 영향을 주지 않기에 신세계 입장에서는 매우 매력적인 선택지다. 일반적인 차입보다는 높은 금리만 부담하면 된다. 증권사는 기존 금리보다 높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줄 수 있고, FI는 원하던 금액에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 모두가 원하는 방향일 것이다.
TRS를 다른 방향으로 바라보면 전액 차입을 통해 자산을 사들이는 무자본 거래이다. 레버리지가 100%인 거래라는 뜻이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 것이 라임자산운용이었고, 환매 중단으로 이어졌다. 신세계와 같이 모두가 윈윈하는 방향으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라임자산운용과 같이 폭망하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TRS 거래 당사자, 정보이용자 모두 회계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재무가 건전하다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실질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