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tack에서 쓰는 첫 글이기에 간단한 제 소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새로운 구독자분들이 많이 유입되기를 바라는 향후 몇달 간은 소개글을 상단에 계속 달아놓겠습니다.
신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휴학생 & 사회복무요원
관심사: 회계(AICPA, 미국 공인회계사), 재무(CFA, 국제재무분석사), 투자(투자동아리)
글 작성 시 모토는 ‘80%의 Fact와 20%의 Insight’입니다. 투자동아리 선배님이 해주신 말씀인데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설명하기에도,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에도 적합한 말이라 모토로 삼았습니다.
작성주기도 고민이 많았는데 일단 주기 없이 작성해보고 훈련소 다녀온 뒤 정기적으로 작성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훈련소는 7월 예상이지만 미정입니다…)
회사 상사가 5시간을 줄테니 기업에 대해서 조사를 해오라고 시켰다고 하자. 독자분들은 어떤 프로세스로 기업을 조사하겠는가?
정성적으로는 사업의 내용을 보고, 산업의 상황을 보고, 산업 내 기업의 위치를 볼 것이다. 또, 정량적으로는 손익계산서에서 출발하여 실적이 어떤지, 재무건전성은 양호한지, 현금흐름은 잘 나오고 있는지를 볼 것이다. 필자는 BM과 산업 파악 2시간, 회계적 숫자 파악에 3시간을 쏟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본다.
누군가는 회계적 숫자 파악에 무슨 2시간이나 쏟냐고 할텐데, 회계에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그 중 사람들이 개념은 알고 있지만, 중요성만큼 잘 활용하지는 않는 회전율 지표들에 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네이버증권에 나오는 회전율만 해도 7가지나 된다. 왜 이런 지표가 탄생했는가를 설명하기에 앞서 사업이 진행되고, 현금이 최종적으로 들어오는 프로세스를 파보면 다음과 같다. 기업은 주주에게서 조달한 자본과 채권자에게서 조달한 부채를 통해 얻은 ‘자산’으로 사업을 전개한다. 기업의 자산은 4가지로 이루어져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유무형자산(고정자산), 재고자산, 매출채권, 현금이다.
삼성전자만 보더라도 고정자산이 224조, 재고자산이 53조, 매출채권이 41조, 현금이 97조로 총 자산 471조의 거의 90%를 차지한다. 투자자산이 특별히 많은 경우가 아니라면 대다수 기업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고정자산 → 재고자산 → 매출채권 → 현금
고정자산을 통해 재고자산을 만들어내고, 이를 팔면 매출채권이 생기고, 회수하면 현금이 들어온다. 회전율 지표는 기업의 활동성을 나타내는 만큼, 이러한 사업의 프로세스를 숫자로 나타낸다. 표면적으로 본다면 증감에 따라 매우 나이브한 추정만 가능할 뿐이지만, 함의를 알고 있다면 다방면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몇 가지 예시를 알아보자.
유형자산회전율
‘유형자산회전율 = 매출액 / 유형자산’이다. 회전율 지표는 기본적으로 손익계산서 항목을 재무상태표 항목으로 나누다보니 flow와 stock 개념의 불일치가 생겨 재무상태표 항목은 평균값을 사용하지만 중요한 이슈는 아니니 넘어가자.
식만 봐도 알 수 있듯, 가지고 있는 유형자산을 통해 수익을 얼마나 낼 수 있는지를 볼 때 활용하는 지표이다. 수익은 PxQ이니 둘을 나눠서 보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더 많이 만들어내거나 더 비싸게 팔아야 성장하는 건데, 두 요인은 나눠보는 것이 당연하다. 같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두 기업을 비교하기 위해 글로벌 금광 기업인 Newmont와 Barrick Gold를 살펴보았다.
두 기업 모두 매출액 기준으로 보나, 생산량 기준으로 보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이는 BM을 보면 이해되는데, 이들은 광산에서 금, 구리 등을 캐내어 파는 기업이다. 광산 개발에만 십수년이 걸리기에 단기간에 생산량을 늘릴 수 없고, 한 광산에 매장되어있는 원자재 양은 한정적이고 채굴 기술은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발전하기에 단기간에는 회전율이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두 기업을 비교해보면 차이가 있다. 매출액 기준으로 회전율을 보면 차이가 별로 없어보이지만 생산량 기준으로 보면 25~30% 정도 차이가 존재한다. 금을 제련해서 파는 지에 따라 P는 변화하기에 매출액은 왜곡될 수 있다. 하지만 채굴하는 양은 같은 기준으로 산정된다. 즉, Newmont가 Barrick Gold보다 더 효율적인 광산을 가지고 효율적으로 금을 채굴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2배 가까이 차이나는 양사의 EV/EBITDA로 드러난다.(물론 다른 요인도 많을 것이다.)
유형자산회전율을 공식 그대로 매출액을 통해서만 도출한다면 보이지 않는 변화가 생산량을 기준으로 했을 때 드러난다. 이를 시도해볼 수 있는 이유는 유형자산회전율의 함의를 잘 알고 있는 지에서 차이가 난다고 생각한다. 기업이 가지고 있는 유형자산을 이용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제품을 생산하냐는 그 의미에 집중해야 한다.
재고자산회전율
‘재고자산회전율 = 매출원가 / 재고자산’이다. 고정자산으로 재고자산을 만들거나 재고자산을 매입한 후 팔면 수익이 인식되기에 기업은 일정 규모의 재고자산을 항상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재고자산의 증가 속도가 판매 속도보다 유의미하게 빠르다면 기업의 영업활동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의심해볼 수 있다. 재고자산의 저가법 평가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재고가 과다계상되어 이익을 부풀린 것일 수도 있다.
결국 재고자산회전율의 의미는 팔리는 양 대비 재고를 얼마나 가지고 있냐 하는 것이다. 굳이 공식을 사용할 필요 없이 의미를 그대로 받아들여보자. 1년 매출원가가 120억인 기업이라고 하고 계절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한 달에 10억의 재고를 판매한다는 뜻이다. 재고자산을 30억 가지고 있다면 3달치 재고를 가지고 있게 되는 것이다.
삼성전자를 예시로 들어 계산해보면 항상 세 달치 미만의 재고를 가지고 있다가 2022년 뛰어넘더니 2023년에는 세 달치를 훌쩍 넘는 재고를 가지게 되었다.(재고자산회전율도 2019년 5.5에서 2023년 3.49까지 떨어졌지만 사실 직관적으로 와닿지는 않는다.) 그래서 뉴스에는 이런 얘기가 흘러나온 것이다.
재고자산회전율의 함의에 따라 기업 분석을 어떻게 하면 될지 ‘원텍’과 ‘삼양식품’을 통해 알아보자. 원텍은 미용의료기기를 판매하는 기업이다. 내수에서 시작하여 해외진출을 활발하게 하고 있고 계속해서 신제품도 낸다. 미용 쪽으로 관심이 많아지는 만큼, 미용의료기기 역시 호황을 겪고 있고 이에 주가도 크게 올랐다. 그러나 2024년 1분기 실적이 발표되고보니 매출이 컨센서스를 30% 미스하며 하한가를 쳤다.
미용의료기기는 병원에 판매하는 것이기에 아마존 랭킹 같이 트래킹할 수 있는 지표도 별로 없다. 더군다나 수출입데이터는 정상적인 추세로 나오던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을 방지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필자는 정상적으로 원텍을 분석하고 재무제표를 제대로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이상한 낌새 정도는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제이시스메디칼 역시 미용의료기기를 판매하는 경쟁사이다. 원텍은 평균적으로 7~8달치 재고를 쌓아두고 제이시스메디칼은 6~7달치 재고를 쌓아두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재고 관련 회사 내규나 영업 방식이 달라 생길 수 있는 차이이기에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원텍의 2023년 재고는 거의 1년치로 크게 증가하였다. 이는 분명히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미용의료기기 기업이 전체적으로 재고를 많이 쌓아두는 편이라고 하더라도 추세적으로 크게 이탈했다면 상황을 의심해봐야 한다.
물론 긍정적인 해석도 가능하다. 원텍은 해외진출을 본격화하는 시기이고 올해도 여러 국가에 진출이 예정되어있다. 이 경우, 진출 즉시 판매하기 위해 재고를 쌓아뒀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리스크가 매우 커진다. 해외로 진출하고 인기가 생각보다 없다면 만들어둔 재고는 필요 없는 제품이 되어버리고 실적은 크게 꺾일 수 있다. 이를 알고 있었다면 원텍의 제품이 해외에서 잘 팔릴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비중조절은 필수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2024년 1분기 원텍 매출은 컨센서스 대비 -3~40%, yoy - 20%를 기록하였다. 또, 별도 매출이 연결 매출보다 50억 크게 나타났는데, 이는 본사에서 해외법인에 재고를 판매하여 넘겼으나 해외법인에서 제품이 팔리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사측에서는 이에 대해 해외법인이 마진이 큰데 회계상 이슈로 수익 인식이 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원텍의 별도 opm과 연결 opm이 둘다 40%로 차이가 없다. 즉, 본사에서 마진을 이미 남기고 해외법인에 넘긴 상태이며, 사측의 발언은 신뢰도가 떨어진다.(해외 제품 가격이 유의미하게 높다면 가능한 말이기에 추가 확인은 필요하다.)
다만, 이런 영업상황이 의심되는 재고자산 상태를 보이면서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인 기업도 있다. 2년째 화제가 되고 있는 삼양식품이다. ‘불닭 쇼티지’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내며 실적을 기반한 굉장한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다. 불닭은 틱톡 챌린지 등 바이럴을 타면서 고성장했고 아마존에서 1위를 한 후 오프라인 매장으로 퍼지고 있다. 2024년 1분기 매출은 yoy 50% 성장, opm은 9.7%에서 20.7%를 보이며 영업이익이 3배 이상 성장하였다.
그러나 원텍처럼 삼양식품의 재고 상태를 보면 어떨까?
원래 한 달치 내외로 가지고 있던 재고는 2022년 두 달치로 급증하였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기업의 상황을 매우 안 좋게 보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삼양식품은 원텍과는 상반되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이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삼양식품은 불닭 원툴이라고 불릴 만큼 다른 사업영역 비중이 작다. 그렇기에 ‘불닭의 성패 = 삼양식품의 성패’라고 볼 수 있는데 당시 불닭은 바이럴 마케팅, 인플루언서 마케팅 등으로 이미 잘 나가던 상황이었다. 밀양 공장도 증설하고 있었고 미국으로의 진출이 수요에 따라 본격화되던 시기였다. 원텍의 의료기기와 다르게 삼양식품의 불닭은 트래킹이 즉각적으로 가능하다. 랭킹 등 지표도 좋고, 수출입데이터도 좋다면 재고가 늘어난 것은 수요가 급증하니 계속해서 만들고 있다고 해석 가능하다. 공장 증설까지 하는 것은 이러한 생각에 확신을 더해준다. 이는 실적으로 나타났고, 이미 삼양식품 주가는 하늘을 뚫고 있다.
결론
제목과 같이, 회전율은 많은 사람들이 공식만 알고 있고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잘 모른다. 유형자산회전율, 재고자산회전율 외에 다른 회전율도 담긴 의미가 있으며, 이를 제대로 활용하면 기업 분석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살펴본 사례들 역시 회전율 지표를 100% 활용하진 못했다고 본다. 많은 사례를 통해 회전율의 증감이 절대적인 호황과 불황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상황에 따라 해석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을 알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