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동안 트럼프 총격 이슈가 터졌네요. 정치, 인성, 이해관계를 떠나 피습 당한 후 단상 아래 약 20초 간 숨은 뒤 쇼맨십을 펼친 이성은 정말 존중 받을 만한 듯합니다.
정치적인 요소는 투자 판단에 절대 개입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으나 이 정도면 어느 정도 포트폴리오 조정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날 잡고 정리해봐야겠습니다.
이번 주는 소비재에 관련된 글을 쓰려다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주제가 나와서 작성합니다. 불과 며칠 전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 소식이 나왔는데요. 두산밥캣 주주 입장에서 어떤 손해를 입은 건지, 두산 그룹은 왜 이런 결정을 내린 건지 양측의 입장을 통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필자는 2학년 학부생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글이나 기사가 아닌 저만의 논리를 세우고 최대한 raw data로 결과를 도출해내려 하기에 오류가 많을 수 있습니다. 의문이 들거나 틀렸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Introduction
7월 11일 장 종료 후 두산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관련 공시와 뉴스가 나왔고 밸류업 기조에 찬물을 얹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형적인 한국 지배구조의 문제점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으며 최근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혹은 폐지 논의에도 힘을 얹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이라는 최대주주와 소액주주 입장에서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향후 해당 이슈는 어떻게 흘러갈지, 다른 사례에서는 어땠는지 알아보자.
Deal structure
지배구조 개편 타임라인과 구조는 다음과 같다.
모든 일정이 두산 그룹의 계획대로 이루어진다는 가정 하에 10월 29일이 개편 시작일이다. 먼저 두산에너빌리티를 두산에너빌리티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과 두산밥캣 지분 46%를 가지고 있는 신설법인으로 인적분할한다. 그 후 해당 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를 합병한다.
신설법인의 분할 비율은 1:0.247, 두산로보틱스와 신설법인의 합병 비율은 1:0.128이다. 즉, 두산에너빌리티 100주를 가지고 있던 주주는 두산에너빌리티 존속법인 주식 75주와 두산로보틱스 주식 3주(100 x 0.247 x 0.128)를 받게 된다. 합병을 원치 않는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는 주당 20,890원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두산로보틱스 주주 역시 주당 80,472원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인적분할은 회사를 분리 한 후 신설법인의 주식을 기존법인의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보유하는 구조를 말한다. 기존법인이 100% 신설법인의 주식을 보유하게 되는 물적분할과는 대비되는데, 인적분할은 소액주주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고 알려져있다.
그러나 사실 인적분할을 할 때도 자사주 매입, 신설법인 지분 매각, 기존법인 지분 매입을 통해 물적분할과 유사한 구조를 만들 수도 있다.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의 후반부 내용을 읽어보시면 될 것 같다.
분할의 경우 자산,부채도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이 나눠가지게 된다. 이에 따라 인적분할 시 분할 비율은 순자산의 비율로 정해진다. 본 사례의 경우 아래 표와 같이 자산과 부채를 나눠가지게 되어 분할 비율이 0.753:0.247로 결정되었다.
합병은 두 개 이상의 회사가 청산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합쳐지는 과정으로 한 회사가 존속하고 다른 회사가 소멸하는 흡수합병과 당사회사 전부가 소멸되어 신회사를 설립하는 신설합병이 있다. 본 사례의 경우 두산로보틱스가 두산에너빌리티의 신설법인을 흡수합병하는 구조이다.
합병이 이루어질 때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합병 비율 산정이다. 작년까지도 화제가 되었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사례에서도 제일모직의 가치를 너무 높게 인정했다며 긴 소송이 이뤄졌다. 본 소송에는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세계 3대 연기금 운용사인 네덜란드 공적연금 운용공사도 참여하였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고 바란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판례평석 -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김화진 교수
삼성 ‘부당 합병’ 재판서 다시 불거진 합병 비율 문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①] 합병비율의 문제, 어디에 있는가?
미국, EU, 일본 등은 합병가액 적정성에 대해 외부평가, 공시 관행 하에서 합병가액을 당사자들 간 자유롭게 결정하도록 허용하는 반면 국내 자본시장법은 합병가액 산정 방법을 구체적으로 규율하고 있다. 상장법인의 경우에 시가(기준주가)가 원칙이나, 기준주가가 자산가치에 미달 시 자산가치를 적용할 수 있다. 비상장법인의 경우 본질가치를 원칙으로 하여 자산가치(순자산)와 수익가치(DCF 또는 DDM)를 1:1.5로 가중평균한다.
본 법령에 대해서는 추후 언급하는 것으로 하고, 결과만 놓고보면 두산로보틱스의 합병가액은 80,114원, 두산에너빌리티 신설법인은 10,221원으로 산정되어 합병 비율이 1:0.128로 결정되었다.
인적분할합병의 결과로 나타나는 주식수의 변동은 다음과 같다.
다음으로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만든다. 교환 비율은 1:0.632로 두산밥캣 100주를 가지고 있던 주주는 두산로보틱스 주식 63주를 받게 된다. 두산밥캣 주주 역시 이를 원치 않으면 주당 50,459원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포괄적 주식 교환은 주식 교환 계약을 통해 A사의 발행주식총수를 B사로 전부 이전하고 A사의 주주들은 B사가 발행하는 신주를 발행하는 신주를 배정받아 B사가 지주회사로 전환될 수 있는 상법 상의 제도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포괄적 주식 교환과 합병의 주식가액의 산정방식은 같다. 따라서 이 경우에도 교환 비율이 문제가 되며 핵심이다.
[홍성대 세무사의 자본거래 판례 분석] “법인 자본 증가 거래 따른 이익의 증여로 과세” 대법원, 주식포괄적 교환 평가기준일·시가 판결 안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둘다 상장된 법인이기에 법령에 따라 교환가액이 그대로 산정되며 두산로보틱스의 교환가액은 80,114원, 두산밥캣은 50,612원으로 산정되어 교환 비율은 1:0.632로 결정되었다.
최종적으로 인적분할병합, 포괄적 주식 교환까지 완료된 후 주식수의 변동은 다음과 같다.
소액주주, 그룹사 입장에서의 실익
본 딜의 실익은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로보틱스, 두산밥캣 각 기업의 소액주주 입장에서, 그리고 두산 그룹 입장에서 따져볼 수 있겠다. 논의는 모든 딜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는 가정 하에서만 적용된다. 또한 일단 주식매수청구권은 행사하지 않는다고 보자.
1. 두산에너빌리티 소액주주
다시 요약해보면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들고 있던 소액주주에게 남은 건 두산밥캣 지분이 사라진 두산에너빌리티 사업법인 주식 75주와 두산로보틱스 3주, 혹은 주당 20,890원의 주식매수청구권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 주기기 및 가스/풍력터빈 제조, 발전소 시공을 주사업으로 하는 기업이다. 분할합병 발표 전 시가총액은 약 13조 원이다. 23년 연결 매출 17조 590억 원을 들여다보면 에너빌리티 매출이 7조 530억 원, 밥캣 매출이 9조 759억 원이다. 두산퓨얼셀, 두산큐벡스 등 다른 자회사가 있긴 하나 사실상 에너빌리티와 밥캣이 전부다.
두산에너빌리티에 투자하던 주주 중 두산밥캣을 보고 투자한 주주는 거의 없을 것이다. 애초에 두산밥캣은 상장사이기에 거래가 가능하기도 하고, 분할합병 발표 전 두산밥캣의 시가총액이 약 5조 원이기에 두산에너빌리티가 가지고 있던 두산밥캣의 지분 가치는 2조 3천억 원 수준으로 두산에너빌리티 시가총액의 20% 수준도 안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상장사 지분은 지분 가치를 거의 인정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주회사의 NAV valuation은 갑론을박이 많으나 상장사의 지분 가치는 기본적으로 할인율이 3~50% 이상 매겨진다.
두산에너빌리티 소액주주가 얻은 것은 다음과 같다.
두산로보틱스 주식
사채 및 차입금 약 7,200억 원 감소로 이자비용 약 400억 원 감소
두산밥캣 처분이익 2,500억 원
그리고 잃은 것은 다음과 같다.
두산밥캣 지분
두산밥캣으로부터 받는 배당금(23년 기준 약 750억 원)
시가총액에 대비해서 봤을 때 이자비용 감소, 처분이익, 배당금은 영향이 미미하다. 그렇다면 얻은 두산로보틱스 주식과 잃은 두산밥캣 지분을 비교해봐야 한다. 두산에너빌리티 100주를 가지고 있었다면 이는 두산밥캣 7주를 가지고 있었음과 같다; 100*(두산에너빌리티가 소유한 두산밥캣 주식수)/(두산에너빌리티 발행주식수)
최종적으로 정리해보면 얻은 것은 두산로보틱스 3주, 잃은 것은 두산밥캣 7주다. 분할합병, 포괄적 주식 교환 가치 산정 결과로만 봐도 각각 24만 원, 35만 원이다. 즉, 두산에너빌리티 주주 입장에서는 명백한 손해다. 그러나 여기서는 한 가지 놓친 점이 있는데, 손해를 더욱 극대화하는 요소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시가는 가치를 제대로 반영했을까? 합병가액 산정 결과를 기준으로 두산밥캣의 시가총액은 5조 원, 두산로보틱스의 시가총액은 5.1조 원이다.
두산밥캣의 매출은 5년 새 2배 이상으로 올랐고 순이익은 3배 이상으로 올랐다. 주가는 어떨까?
주가는 3만 원에서 5만 원 수준으로 2배도 오르지 못했다. 현재 두산밥캣이 받는 PER은 5배, EV/EBITDA는 3배 수준이다. 주식을 잘 몰라도, 누가 보더라도 말도 안되는 지표다. 이제 두산로보틱스를 보자.
매출은 500억 원 수준이고 영업이익, 순이익은 적자가 나고 있다. 반면 주가는 23년 10월 26,000원에 상장하여 8개월 만에 3배 이상 올랐다. 적자 기업을 valuation하는 지표인 PSR은 100배 수준이다. 대표적으로 성공한 성장주인 Tesla가 과거 높게 받았던 PSR이 34배이다.
정상적인 이유로 좋은 주가 흐름을 보이는 기업은 커버하는 애널리스트도 많기 마련이다. 심지어 두산로보틱스는 한국 시장에서는 large cap으로 많아야 맞다. 그러나 그동안 올라온 두산로보틱스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본 결과 24년 내 투자의견을 낸 애널리스트는 2명에 불과하다. 다른 애널리스트들은 실적 추정조차 발표하지 않는다. 즉, 도저히 주가를 합리화할 수 없고 분석 자체를 포기했다는 뜻이다. 사실 이렇게 보지 않아도 두산로보틱스는 로봇 테마주, MSCI 테마주 등으로 유명하다. 관련 내용은 종합해서 후술하겠다.
분석 상으로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것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이지만 사실 7/15 21,000원에 소량 매수했다. 관련 내용을 설명해보면 다음과 같다.
필자는 원전에 대해 공부해 본 경험도 거의 없고, 두산에너빌리티는 기존에 전혀 모르고 있던 기업이다. 그렇기에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참고하여 대략적인 투자 포인트를 도출해보았고 이는 다음과 같다.
체코, 폴란드 원전 수주 성공 가능성: 한국은 24년 체코 우선협상사업자 선정
전력 부족, 미국 정부의 강력한 보조금 및 프로젝트 금융지원으로 SMR 관련 소재 및 주기기 수주금액 증가 전망
380MW 규모 H급 가스터빈 자체 개발 성공으로 국내 가스발전소 증설 수혜 전망: 동사는 수주 목표 40% 상향 조정
22~23년 구조조정이 마무리되었고, 저가 수주 물량이 24년~25년 초에 납품될 것으로 보이기에 향후 마진 확대 기대
이 중 시장에서 바라보는 핵심 포인트는 체코 관련 이슈이다. 그리고 이는 이번 주 내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로 직전 분할합병을 발표한 것은, 주가가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가액을 산정해야 싸게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봤다. 또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만큼은 지켜줄 것이라 봤고 현금으로 두던 비중 정도는 모멘텀 플레이로 투자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신규 매수자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은 주어지지 않는다. 상식적으로는 투자하지 않는 것이 맞다. 참고로 필자는 단기 모멘텀, 스윙 투자에는 스스로 보기에도 매우 소질이 없다.
2. 두산로보틱스 소액주주
두산로보틱스 소액주주가 얻은 것은 다음과 같다.
두산밥캣 지분
그리고 잃은 것은 다음과 같다.
발행주식수 84% 증가
사채 및 차입금 약 7,200억 원 증가로 이자비용 약 400억 원 증가
마찬가지로 이자비용의 증가는 두산밥캣 지분 확보로 큰 영향이 없다고 판단하여 제외하고 계산한다. 비교해야 하는 것은 두산밥캣 지분과 발행주식수 84% 증가이다. 이론적으로 발행주식수가 84% 증가하면 주당 가치는 46% 감소해야 맞다. 합병가액 산정 결과로 보면 주당 가치는 36,800원 감소한다.
두산밥캣의 지분은 100% 확보하게 된다. 두산밥캣의 합병가액으로 계산해보면 두산로보틱스 주당 가치는 42,600원 증가한다. 합병가액으로만 계산해봐도 명백하게 이득이다. 그러나 위처럼 시가가 가치를 제대로 나타내주지 못한다는 시각에서 보면 훨씬 심하다.
두산밥캣의 1년 순이익이 8천 억 ~ 1조 원에 육박하고 FCF는 23년 기준 1조 원을 넘는다. 두산로보틱스의 1년 순손실을 커버하고도 9,000 원이 남고 1년 FCF를 커버하고도 9,500억 원이 남는다. 투기 자금이 아니라 두산로보틱스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한 주주 입장에서는(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로또 맞은 것이나 다름 없다.
다음은 ‘그럼 발표 후 10~15% 정도 오르긴 했지만 지금 사면 되지 않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두산로보틱스의 시가는 합리화가 안되는 수준이다. 현재 주가에서 1/3토막 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즉, 두산밥캣이라는 엄청난 캐시카우를 얻어 대박 친 것은 맞지만 이를 이용해 수익이 나려면 현재 두산로보틱스의 주가가 심한 고평가 국면은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어야 한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신규 매수한 투자자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기존 투자자가 있기에, 회사는 주가를 유지하려 할 것이기에 주가가 20,890원 아래로 떨어지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반면 두산로보틱스는 하방이 해당 금액이 80,472원에 걸려 있다. 위로도 아래로도 크게 열려있는 상태가 아닐까?
글을 쓰는 현재 주가는 각 21,000원, 90,000원이다.
3. 두산밥캣 소액주주
이번에도 요약해보면 두산밥캣 주식 100주를 들고 있던 소액주주에게 남는 건 두산로보틱스 주식 63주, 혹은 주당 50,459원의 주식매수청구권이다.
두산로보틱스 소액주주가 얻은 것은 다음과 같다.
두산밥캣을 100% 자회사로 둔 두산로보틱스 주식
그리고 잃은 것은 다음과 같다.
두산밥캣 주식
이론적으로 위와 같이 계산해보자. 두산로보틱스 합병가액 80,000원 기준 발행주식수 증가를 적용한 가격은 43,000원이다. 또한 두산밥캣 주식을 여전히 24주 소유하고 있는 것과 같다. 합병가액을 기준으로 산정해보면 얻은 것은 약 535만 원, 주당 가치는 53,500원이고 잃은 것은 50,000원이다.
이번 역시 시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합병가액, 시가만 놓고보면 두산밥캣 주주는 이득을 본 것 같지만 이는 시가가 가치를 반영했으며, 시가가 유지되었을 때 이야기다. 명백한 저평가 구간인 두산밥캣과 명백한 고평가 구간인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현재 약 7% 내외의 차이로 바꾸고 싶어하는 주주가 있을까? 주식 교환일은 11월이고 현재 두산밥캣의 주가는 두산로보틱스의 11월 주가 예상치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4. 두산 그룹
본인이 두산 그룹 오너라고 생각해보자. 아니, 두산이 하나의 PEF고 본인이 출자한 LP라고 하자. 본 지배구조 개편을 시행하지 않으면 오히려 배임 아닌가?
결과만 놓고 보면 두산로보틱스에서 유상증자를 발행주식수의 84%만큼 하고, 이를 통해 나온 자금으로 두산밥캣을 인수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두산로보틱스가 테마성으로 1년도 안되어 주가가 3배가 올랐는데 이를 활용하지 않으면 멍청한 것이다. 낮은 주주환원율로 가치보다 훨씬 억눌린 두산밥캣과 의도적이진 않았지만 테마성으로 급등한 두산로보틱스, 두산 그룹 입장에서 이보다 더 좋은 상황은 없다.
자본주의 시대에 개인의 양심에 맡긴다는 말 만큼 무식한 말이 없다. 모두가 김용범 부회장 같을 수는 없다. 개인과 기업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최적화된 선택을 하도록 하고 법과 규제는 그 최적화된 선택이 올바른 구조로 흘러갈 수 있게 해야 한다. 해당 딜만 보더라도 한국의 상법, 자본시장법이 얼마나 말도 안되는지 알 수 있다.
본 사례, 합병비율에 관해서는 다음 그림과 링크를 참고 바란다. 사례에 직결된 연구인 만큼 한번씩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상장법인 합병가액 산정기준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 자본시장연구원
누가봐도 가치와 가격의 괴리가 큰 주식이 많은 시장에서 시가를 절대적 진리로 여긴다. 참 웃긴 일이다.
향후 행방은?
사실 주가만 놓고 보면 답이 명확히 나오지 않는다. 기업 펀더멘탈에 대해 자세히 분석해본 적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어쩌면 상기 논의가 의미 없어질 수도 있다. 두산 그룹의 계획대로 딜이 이루어질 수는 있을까? 계획대로 딜이 이루어지려면 다음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9월 25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발행주식총수의 1/3 이상,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2/3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일정 기준(두산에너빌리티 6천억 원, 두산로보틱스 5천억 원, 두산밥캣 1조 5천억 원)을 넘어가지 않아야 한다.
적어도 1번 조건은 두산 그룹 입장에서 계산해보고 어느 정도 확실하니 진행했을 것이다. 이것도 아니라면…앞으로 CEO의 모든 결정에 의문을 품는 수밖에 없다.
2번 조건에서 각 기업의 유통주식 대비 비중을 보면 두산에너빌리티가 6.5%, 두산로보틱스가 31.8%, 두산밥캣이 53.9%이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에서는 꽤 큰 비중의 투자자가 주식매수청구권을 청구해야 무산되지만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유통물량’의 6.5%만 행사하면 된다. 사실 무산될 확률도 꽤 크다고 생각한다.
두산 입장에서는 딜을 진행해야 하고, 그렇다면 적어도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는 주식매수청구권보다 꽤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합병가액대로 딜이 진행되면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정도가 아니라 높은 수준으로 주가를 유지해야 주주들의 동의를 얻고 딜을 진행할 수 있다. 이는 단기 모멘텀으로 두산에너빌리티에 투자한 또 다른 downside protection의 근거이기도 하다.
삼성물산 - 제일모직 합병 사례나, LG화학 물적분할 사례 같이 지배구조 관련된 사건을 직접 시장에서 겪어보지 못하고 case study로만 봐서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번이 좋은 기회 같다. 새로운 사건이 생기면 follow-up 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