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에 투자하는 운용역의 주 업무는 당연히 기업분석이다. 항상 사업보고서와 인뎁스 리포트를 읽고, 탐방도 가고, 직접 보고서를 작성한다. 기업을 사들이는 PE는 말할 것도 없다. 몇 달 간 회계법인, 컨설팅펌, 법무법인에 DD(Due Diligence, 실사)를 맡기고, 밤낮 없이 직접 기업을 분석한다. 필자 같이 자산운용업을 꿈꾸는 많은 대학생들도 학창 시절부터 수많은 기업을 분석한다.
방대한 양의 보고서를 쓰고 기업을 분석하다 보면 정작 자신이 일하고자 하는 업의 BM은 무엇인지, 핵심은 무엇인지를 망각하곤 한다. 물론 기업에서 일하는 분들이 모두 자신이 일하는 곳의 BM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 분석이 일인 사람들이 자신의 기업을 분석해보지 않는 것은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자산운용업, 그 중에서도 필자가 가장 관심을 가지는 PE는 어떤 BM을 가지고 있으며 핵심은 무엇일까?
목차
PE BM 분석
한국 PE 시장 분석
투자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PE
스타트업과 대기업
PE BM 분석
PE를 잘 모르시는 분들도 읽기 편하게 중간중간 개념을 설명하면서 작성하였다.
조금은 진부한 이야기로 시작해보자. Private Equity(PE)와 사모펀드는 미국과 한국에서 약간 다른 의미로 쓰인다. 먼저 미국에서는 Private Equity가 단어 그대로 공개되지 않은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를 의미하며, 이는 투자 대상에 따라 정의된다.
반면, 한국에서 사모펀드는 '사모'라는 모집 방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정 소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구성된 펀드를 사모펀드라고 부르며,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PEF(Private Equity Fund)는 사모펀드의 하위 분류 중 하나다. 과거 한국에서는 운용 목적과 투자 대상에 따라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가 나뉘었으나, 2021년 10월부터는 투자자 유형에 따라 분류되기 시작했다. 즉, 한국에서는 투자 대상이 아니라 투자자에 따라 사모펀드의 성격이 정의된다.
이 때문에 '사모펀드'라는 용어는 다소 모호하게 쓰일 수 있다. 바이아웃이나 경영참여가 목적이 아닌 펀드도 사모 방식으로 모집되었다면 사모펀드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필자가 다룰 논의는 기업에 투자하고, 인수하고, 매각하는 사모펀드에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이후 논의에서는 영어 그대로 PE와 PEF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논의 대상을 과거 기준의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로 한정한다.
PE와 PEF도 자주 혼용되지만, 명확히 다른 개념이다. PE(Private Equity)는 PEF(Private Equity Fund)를 결성하여 LP(Limited Partners)로부터 자금을 출자받고, 이를 바탕으로 투자와 수익을 창출한 뒤 수익금을 분배하는 BM을 가지고 있다. 즉, PEF는 사모투자펀드를 뜻하며, PE는 이를 운용하는 운용사를 지칭한다. 그리고 PE는 PEF의 운용 주체로서 GP(General Partners)에 해당한다.
LP는 유한책임사원을 뜻하며, 출자액 이상의 손실을 부담하지 않는다. 연기금, 공제회, 금융기관 등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이 주로 LP 역할을 한다. 반면, GP는 무한책임사원으로, 출자액을 초과하는 손실까지 부담하며 펀드 운용을 책임진다. 한앤컴퍼니, MBK파트너스와 같은 운용사가 대표적인 GP이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PE의 BM을 분석하기 위해 수익 구조부터 파보자.
PE의 수익 구조
관리보수
관리보수는 PE가 PEF를 관리하는 명목으로 LP로부터 수취하는 보수다. 펀드마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미국은 관리보수가 2%, 한국은 0.5~2%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사모’라는 이름에 걸맞게 LP와 계약 조건은 비밀리에 관리되기에 펀드별 보수율을 알 수는 없다.) 성과에 관계 없이 매년 일정 금액을 수취하기에 관리보수는 PE의 안정적인 수익원이 된다. 예를 들어 PEF에 LP가 1조원을 출자했고 관리보수율이 2%라면 PE는 매년 200억원을 수취하게 된다.
이때 계약 조건에 따라 약정액 기준으로 관리보수를 산정할 수도 있고, 투자액 기준으로 관리보수를 산정할 수도 있다. 약정액은 PEF의 규모를 의미하고, 투자액은 실제로 투자를 집행한 금액을 의미한다. 여기서 캐피탈콜(Capital call)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는데, PE가 약정액이 100인 PEF를 결성했다고 하더라도 LP는 일반적으로 바로 100을 출자하지 않는다. PEF가 딜을 소싱하고 투자를 집행할 때 비로소 LP로부터 돈을 받아오게 되는데, 이를 캐피탈콜이라고 한다.
PE는 PEF를 결성할 때 LP와 계약을 통해 펀드 만기를 설정한다. 만약 만기가 10년이라면, 초기 5년 동안은 투자를 집행하고, 이후 5년 동안은 포트폴리오를 매각하여 자금을 회수하게 된다. (블라인드 펀드에 대한 설명이지만, 블라인드 펀드와 프로젝트 펀드에 대해서는 다음에 알아보자.) 이처럼 PEF는 약정액 만큼의 투자를 한 번에 집행하지 않기에 LP 입장에서는 다른 투자처에 투자하다가 캐피탈콜로 출자하는 방법이 합리적인 것이다.
그렇기에 약정액과 투자액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관리보수율을 2%라고 가정할 때, 100이라는 자금을 5년 간 균등하게 투자했다면 약정액은 100이기에 약정액 기준 관리보수는 매년 2, 5년 간 10이 된다. 하지만 투자액은 20 → 40 → 60 → 80 → 100이 되기에 투자액 기준 관리보수는 0.4 → 0.8 → 1.2 → 1.6 → 2, 총 6이 된다. 2023년 대표적인 실리콘밸리의 VC인 Sequoia Capital이 2개의 펀드에 대해서 관리보수 산정 체계를 약정액 기준에서 투자액 기준으로 변경한 바 있다.
관리보수가 초기에는 약정액 기준, 일정 연차 뒤에는 투자액 기준으로 산정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LP인 산업은행은 2018년 위와 같은 형식의 관리보수 산정 방식을 공개한 바 있다. 이전까지는 미투자액과 투자액을 나눠서 각기 다른 보수율을 적용하는 방식이었다.
참고로 약정액 중 아직 투자를 집행하지 않은 자금을 Dry powder라고 부른다. 출자받기로 약속한 자금이기에 새로운 투자건을 물색하여 집행할 수도, 기존 포트폴리오 관리에 사용할 수도 있다. Dry powder가 많다는 것은 새로운 기회를 찾아볼 기회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딜이 잘 성사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성과보수
그러나 PE의 수익원으로 관리보수가 유일하다면 PE의 인센티브가 떨어지게 된다. 이에 LP와 GP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기 위해 성과보수가 존재하는데, 통상 7~8% 수준인 Hurdle rate을 넘어가는 초과 이익에 대해 GP가 20% 정도를 성과보수로 수취한다. 성과보수는 회수할 때 발생하는 수익이기 때문에 시기별로, 펀드별로 천차만별이다.
각 125억 원 규모의 PEF 8개를 운용하고 있는 PE가 모든 투자를 1년차 초에 집행하였고 3년차 말부터 매년 한 펀드씩 청산했다고 하자. 관리보수는 5년차까지는 약정액의 2%, Hurdle rate은 8%, 성과보수는 초과 이익의 20%라고 가정하였다.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관리보수는 예측 가능성이 높고 일정한 형태를 띄는 반면, 성과보수는 해당 펀드의 IRR(내부수익률)에 따라 등락이 심하다. 이는 간단한 식으로 확인할 수 있다.
관리보수 = A x 2%
성과보수 = A x ((1+IRR)^n - (1+8%)^n) x 20% (n = 투자기간)
따라서 ‘((1+IRR)^n - (1+8%)^n) > 0.1’이면 성과보수가 관리보수를 뛰어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를 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PE의 15년 IRR 평균은 20.1%이다. 한국은 해외에 비해 PE의 역사가 짧고 공개된 정보가 적어 정확하고 일관된 자료는 없지만 자본시장연구원과 맥킨지는 국내 PE IRR 평균이 25%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는 회수된 투자에 대한 계산 결과임을 고려할 때 실제 수치는 이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잠시 IRR(Internal Rate of Return, 내부수익률) 개념을 짚고 넘어가자. IRR은 투자액과 회수액의 현재가치를 일치하게 하는 이자율이다. 즉, 투자 기간 동안 총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를 0으로 만드는 이자율이다.
이를 이자율이 아니라 수익률이라는 개념에서 접근해보면 IRR은 연환산 수익률이라고도 할 수 있다. 부채에 이자비용(타인자본비용)이 있는 것처럼 자본에도 자기자본비용이 있다. 모든 투자는 자본비용과 비교하여 일정 기간 동안 얼마나 벌었는 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IRR은 펀드의 성과를 나타내는 지표로 가장 흔히 사용된다.
IRR을 결정하는 요인은 MOIC와 투자 기간이다. MOIC는 Multiple On Invested Capital로, 투자액 대비 몇배를 회수했는지 보여주는 지표이다. MOIC가 높더라도 투자 기간이 길면 IRR은 낮고, MOIC가 낮더라도 투자 기간이 짧으면 IRR은 높다.
그러나 IRR이 12.5% 수준만 되더라도(투자 기간 5년 가정) 해당 연도에는 성과보수가 관리보수의 3배를 넘어가게 된다. 따라서 펀드를 청산하는 해에는 성과보수가 PE의 실적을 결정한다. 여기서 확인할 부분은 펀드 결성 후 시간이 지나면 PE는 새로운 펀드를 결성한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위의 예시는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진다. 성장하는 PE는 점점 큰 규모의 PEF를 결성하고, 관리보수 비중이 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웬만큼 대형사가 아니면 약정액이 큰 펀드를 매년 청산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싸이클이 있겠지만 큰 규모의 펀드를 청산하는 해가 아니라 평소에는 관리보수가 안정적인 수익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봐야 한다.
PQC
모든 BM은 PQC로 분석해야 한다. 일단 관리보수의 P는 관리보수율이고 Q는 약정액이나 투자액이다. 그리고 성과보수의 P는 성과보수율과 Catch-up 방식의 유무, Q는 PE가 낸 초과이익의 규모이다. 경제학적으로 Q를 늘리려면 P를 낮추거나 제품의 퀄리티를 높여야 한다.
하지만 P를 낮추기는 쉽지 않다. 주요 연기금 및 공제회, 산업은행 등 대형 투자자들은 출자할 PE를 선정하면서 보수율을 정해놓기 때문이다. 이들이 출자사업을 진행하면서 IRR이나 AUM(Asset Under Management, 운용규모)을 본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보수율을 본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따라서 PE가 Q를 늘리기 위해서는 제품의 퀄리티를 높여야 한다. 관리보수 측면에서는 key person, 과거 IRR, AUM 등이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고 성과보수 측면에서는 해당 펀드 규모, 현재 IRR이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또, LP와의 관계도 중요한 요소다. 아니, 어쩌면 가장 중요하다. 특히 트랙레코드가 없는 신생PE의 경우 더욱 그렇다. PE가 투자에서 손해를 보면 절대적으로 더 큰 손해를 보는 건 당연히 LP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LP가 GP에게 돈을 출자하는 행위는 높은 신뢰도를 바탕으로 한다. 투자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LP가 없으면 수익은 0이다. PE에게 LP는 절대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성과 없는 믿음은 오래가지 못한다. 결국 성공적인 투자로 높은 IRR을 보여줘야 다음 펀드 약정액이 올라가고, 이에 따라 관리보수도 올라가고, 성과보수도 올라간다. 네트워킹만으로 이루어진 LP와의 관계는 낮은 수익률 앞에서는 무너지기 마련이다.
PE의 비용 구조는 국내 대형 PE인 스틱인베스트먼트와 IMM PE의 예시를 통해 알아보자.
공통적으로 보이는 부분은 인건비 비중이 굉장히 크다는 것이다. 스틱인베스트먼트의 경우 지분법손실과 금융자산 평가 및 처분 손실이 투자비용이라는 항목으로 영업비용에 들어가기에 이를 제외하면 영업비용 대비 인건비 비중이 2022년과 2023년 각 72.1%, 75.7%가 된다. 영업비용 대비 인건비 비중이 70% 이상이라는 것은 해당 산업이 철저한 인력 비즈니스라는 뜻이다.
또 흥미로운 점은 본래 어느정도는 고정비 성격을 띄는 인건비가 매출 증가와 함께 그대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틱인베스트먼트의 공시를 보면 직원 수는 2022년 58명, 2023년 65명으로 큰 차이가 없다. 즉, 성과급 비중이 커서 인건비가 철저하게 변동비 성격을 보인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PE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이다. 펀드를 결성할 때 LP에게 핵심 운용역, key person의 능력을 강조하기도 하고 LP가 계약 조건으로 key person이 만기까지 남아 있기를 요구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PE의 BM은 하나부터 열까지 사람이 직접 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LP에게 출자 받기 위해 하는 마케팅도 사람이 하고, 투자와 운용도 사람이 하고, 매각과 회수도 사람이 한다. 인력의 중요성은 후술하겠다.
인건비를 제외하면 지급수수료, 접대비,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 성격을 보이는 항목이 많다. 실제로 인건비의 상승분과 영업비용 상승분이 거의 일치함을 확인할 수 있다.
LP와 GP의 이해관계 일치
사실 앞서 설명한 성과 배분 방식은 매우 간단한 방식이고 글로벌 스탠다드는 Catch-up 방식이다. 한국은 비교적 늦게 도입했지만 국민연금도 2018년부터 출자 시 Catch-up 제도를 도입했다. 성과보수가 LP와 GP의 이해관계 일치를 위한 보수였듯이 Catch-up도 그러한데, 총 네 단계를 거치게 된다.
그리고 Catch-up 방식에도 Full Catch-up 방식과 Partial Catch-up 방식이 있다. Partial Catch-up은 3번 과정에서 미리 정한 비율에 따라 GP에 대한 누적 분배금이 성과보수율(ex. GP:LP = 2:8)에 이를 때까지 LP와 GP과 초과 이익을 나눠 가지는 방식이다. 이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일반적으로 이를 Waterfall 형식으로 나타내곤 한다.
분배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듯이 Full Catch-up 방식으로 갈수록 GP에게 유리한 구조다. 이처럼 성과보수 체계, Catch-up 방식 모두 LP와 GP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고, GP의 인센티브를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 이외에도 흔히 사용되는 구조에는 GP commitment가 있다. 이는 LP가 PE도 펀드에 일정 비율로 자기자본을 출자하게 하여 위험과 수익을 공유하도록 하는 구조이다. 일반적으로 PE는 PEF 규모의 1~3% 수준으로 자기 자본을 출자한다.
한국 PE 시장 분석
한국 PE 시장은 역사가 짧다. 글로벌 PE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보유했고 미국의 KKR이나 Blackstone과 같은 탑티어 PE는 1970~1980년대 부흥하여 지금까지 활발히 영업을 이어오고 있지만 한국은 2004년 처음으로 PE 제도를 도입했다. 출범 시 PEF는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과 우리은행의 펀드 2개 뿐이었고 약정액은 4천억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제 PEF는 1천 개를 훌쩍 넘어갔고 약정액은 140조 원을 넘어갔다. 초반에만 급격히 성장한 것도 아니고 최근 8년 간에도 PE 시장은 CAGR 11.1%로 성장했다.
LP가 PEF 출자를 늘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한국 주식시장이 매우 저조한 수익률을 보이는 가운데 PEF의 수익률이 돋보일 수밖에 없다. 둘째, 공모펀드에 비해 자율성이 높다. 사실 공모펀드와 사모펀드의 차이로도 볼 수 있는데, 기관전용 사모펀드를 제외한 수치를 봐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 12년 간 공모펀드 시장은 CAGR 3%로 성장한 반면 사모펀드 시장은 CAGR 14%로 성장해왔다.
앞의 수치는 평균치이고, 사실 최근에는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 22년 금리가 급상승한 이후 자금 조달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2022년 신설 PEF 개수는 2021년의 반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자금을 회수하기도 어려워졌다.
하지만 LP가 PEF에 출자를 늘리는 이유는 사라지지 않았고 현재는 거시적인 요인의 영향을 받는 상황이기에 시간이 지나면 한국 PE 시장에 제2의 성장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본다. 경기와 금리 싸이클은 돌고 도는 법이다.
한국 PE 시장의 구성을 보자. 다음은 2023년 말 기준 상위 14개 기관전용 사모펀드 GP이다.
2023년 말 PE의 AUM 합은 136조 원이다. 그리고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PE의 개수는 370개인데, 상위 14개 PE의 AUM 합이 67조 원으로 전체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언론에 따르면 한국 10분위의 순자산이 전체의 43% 가량을 차지한다고 하니, PE가 느끼는 빈부격차는 한국 국민이 느끼는 빈부격차보다 훨씬 심한 수준일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중소형 PE와 PEF는 빠르게 증가해왔다. 2015년 167개였던 PE는 2022년 415개로 늘었고, 이중 AUM 1천억 원 미만의 소형사가 과반을 차지한다. 신규 PEF 개수 추이와 규모별 현황을 통해서도 중소형 PE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PE의 BM과 시장의 성장 과정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PQC에서 봤듯이 PE의 사업은 LP로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LP가 검증되지 않은 GP에게 거금을 바로 출자할 수는 없다. PE가 철저히 인력 비즈니스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사람(key person)에 대한 검증을 뜻한다.
그렇기에 심지어는 대학생 창업자도 심심치 않게 보이는 다른 산업의 스타트업과 달리 PE 창업자는 30대 후반을 넘어가는 경우가 대다수다. PE에서 경험을 쌓으며 능력을 입증하고 LP와의 관계를 쌓을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에 PE 제도가 생긴지 20년이 되었고, 그동안 PE 업계에서 일하던 운용역들이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LP가 자신을 핵심 인력이라 생각하고, 독립 하우스를 창업하여 투자를 잘할 자신이 있다면 창업할 때 기대되는 수익은 직원으로 근무할 때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한국 PE 시장의 성장과 함께 중소형 PE 사이 경쟁은 매우 치열해지고 있다.
또한 공모주 시장은 중소형 PE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왔다. 상장이 쉬운 환경과 저금리로 인한 후한 밸류에이션으로 공모규모는 2021~2022년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했다.
기관투자자는 개인투자자보다 공모주를 청약 받기가 수월하고, 시장이 좋을 때는 상장 당일 100~200% 이상 상승하는 경우도 많기에 수익을 내기 좋은 환경이었다. 이에 많은 하우스가 공모주로 먹고 살았다. 하지만 시장이 침체되며 상장 당일 상승폭도 줄어들었고 공모주를 노리는 하우스가 많아지다 보니 경쟁이 치열해져 이제 열기가 식은 듯하다.
중소형 PE 시장의 최근 상황을 얘기해보면, 앞서 언급한 전세계적인 고금리로 인해 전체적인 PE 시장보다 심하게 타격받고 있다. 이는 LP 입장에서 바라보면 이해가 되는데, LP가 돈이 많으면 대형 PE는 물론이고 도전적인 투자를 위해 신생 PE에게도 기회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의 유동성이 마르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과거에도 잘해왔던 대형 PE에게 돈을 맡길 수밖에 없다.
지난 7월 국내 1위 PE 한앤컴퍼니는 4조 7천억 원 규모의 PEF 조성을 완료했는데 이는 국내 투자 전용 펀드 중 역대 최대 규모로, 중소형 PE와는 다른 우호적인 상황을 보여준다. 고금리에는 PE 사이 양극화가 심해진다고 볼 수 있다. 싸이클이 돌고 다같이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투자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PE
결론부터 말하자면, 투자자 입장에서 PE가 가진 BM의 매력도는 낮다고 생각한다. 이때 투자자는 LP가 아니라 PE 주식에 투자하는 투자자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LP vs 주주
PE가 얻는 이익은 기본적으로 LP에게 분배하고 남는 이익이다. PE의 이익은 주주의 이익이고, 주주보다는 LP가 이익 배분의 우선 순위에 있다는 말이다. PEF가 좋은 수익률을 보일 것이 예상된다면 PEF에 출자하면 될 일이지, PE 주식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 물론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PEF에 출자하기는 어렵기에 PE 주식에 투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매력도가 떨어져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2) 직원 vs 주주
앞서 PE는 철저히 인력 비즈니스임을 언급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성공적인 투자를 이끈 운용역에게는 막대한 성과보수가 주어지고, 이는 많은 이들이 PE에서 일하며 꾸는 꿈이기도 하다. 여기서 딜레마가 발생한다.
직원에게 성과에 맞는 대우를 해주지 않으면 다른 PE로 이직하거나, 독립하여 창업할 수도 있다. 인력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은 인력이기에 유능한 인재에 대한 수요는 항상 넘쳐난다. 또한 중소형 PE가 늘어나는 현상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자신이 낸 성과를 바탕으로 직접 PE를 창업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만족할 만한 대우로 큰 규모의 성과급을 지급해야 하는데, 이는 주주의 이익과 상충되는 부분이다.
3) 실적의 불안정성
어쩔 수 없는 투자의 본질이기도 하다. 모든 투자는 리스크를 동반하고, 투자가 사업인 회사의 리스크는 클 수밖에 없다. 앞서 펀드 청산 여부, 수익률에 따라 성과보수의 등락이 심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실적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리스크를 높인다. 투자한 기업의 매각을 알리고 원하는 매각가를 언론에 알려도 매각이 미뤄지는 경우는 매우 흔하고, 미뤄지다가 결국 언급한 매각가에 못 미치는 가격에 매각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스타트업과 대기업
오늘 글의 제목은 ‘PE도 회사입니다.’이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며, 관련된 글을 작성하지는 않고 있지만 VC에 관심을 가지게 된 구절이 ‘그들도 언젠가는 스타트업이었다.’라는 구절이다. 세계를 주름 잡는 기업 모두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못하고 한없이 작았던 시절이 있다. PE도 마찬가지다.
스타트업 시절의 PE는 어떤 투자를 하고, 대기업 시절의 PE는 어떤 투자를 할까? 다음 글부터 PE의 성장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