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는 Value-up의 우군이 될 수 있을까(3)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2024년 한국 주식시장 최고의 이벤트 중 하나입니다. MBK는 자본시장을 한 단계 나아가게 하고 있고, 비단 누가 이기냐 싸움에서 끝나면 안됩니다. 한국 자본시장에는 '메기'가 필요합니다.
목차 2-2인 일본 사례는 작성 중이긴 하나 더 딥한 리서치가 필요할 것 같아 기간을 오래 두고 공부해보고 완료되었다고 판단하면 업로드하겠습니다. 한국의 정해진 잃어버릴 30년을 논하기 위해서는 일본에 대한 공부는 절실합니다. 그렇기에 더 자세히 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목차
고려아연 Case Study - 쩐의 전쟁은 시작됐다.
- 고려아연과 영풍의 관계
- 분쟁의 씨앗
- 분쟁의 격화 및 현황
- MBK가 고려아연을 선택한 이유
결론
고려아연 Case Study - 쩐의 전쟁은 시작됐다.
‘+) 10/15 추가’ 파트 외에는 10/13 전에 작성한 내용입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사태는 몇주간 경제 뉴스 기사, 텔레그램을 도배하고 있다. 당연히 누가 이길지도 궁금하고, 양측 다 패배자가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는 분쟁에 대한 얘기만 하기에는 고려아연 사례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일단 경영권 분쟁의 타임라인과 현 상황 먼저 알아보자. 워낙 이슈가 되고 있다 보니 내용을 아는 분들은 바로 ‘MBK가 고려아연을 선택한 이유’ 파트로 넘어가셔도 될 듯하다.
고려아연과 영풍의 관계
고려아연은 아연, 금, 은, 동 등을 제련하여 판매하는 비철금속 제련회사이다. 대부분의 제조업에 필수적인 제품을 생산하는 만큼 철강업과 함께 대표적인 국가 기간 산업으로 지정되어있다. 또한, 생산능력은 세계 1~2위를 다투며 제련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가치는 비교할 수 없지만 사실 고려아연의 시초는 ‘영풍’이었는데, 1949년 사돈 사이인 장병희, 최기호 창업자가 공동 창업한 것이 시작이었다. 상사 사업을 하던 영풍은 약 20년 뒤 중공업의 부흥으로 금속 수요가 급증하는 것을 알아채고 1970년 첫 아연제련소를 준공했다. 그리고 1974년 고려아연을 설립하여 영풍의 경영은 장 씨 일가가, 고려아연 경영은 최 씨 일가가 맡게 된다. 양가는 분리경영을 하면서도 공동영업, 인사교류, 상호 지분보유 등 우호적인 관계로 70년 이상을 지내왔다.
분쟁의 씨앗
사회적인 비난, 반독점법 제정 등으로 와해된 것이긴 하지만 미국의 경우에도 대부분의 재벌 구조는 3대를 넘어가지 못했다. ‘부자는 3대를 못 간다.’라는 속담은 기업 지배구조에 있어서는 더욱 엄격하게 적용되는 듯하다. 왜냐하면 세대가 이어지며 피의 농도는 옅어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장 씨와 최 씨 일가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며 양측의 입장 차이는 커질 수밖에 없고, 경영 방식에 의견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신문 보면서 기업 경영하는 사람들이 형제, 가족들끼리 싸우고 그러면 창피하게 왜 저러나 했다. 우린 남남 동업끼리도 안 그랬는데. 어떤 사람들은 '어떻게 동업을 2세대, 3세대까지 하느냐' '어떤 비결이나 철학이 있느냐' 하고 묻는데 뭐가 있겠나. 그냥 상대방이 싫어하는 거 안 하면 된다. 자기 욕심만 부리면 동업하지 못한다.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과) 오랫동안 경영해서 서로 뭘 좋고 싫어하는지 잘 안다. 그런 행동만 안 하면 동업이 되는데 나는 2세대고 최윤범 회장은 3세대다. 안타깝게도 나이 차도 있고, 내 큰아들보다도 어리고 그러다 보니 잘 통하지가 않았다.”
특히 고려아연의 지배구조를 보면 소유는 장 씨 일가가, 경영은 최 씨 일가가 하는 구조로 오랜 기간 사업을 이어왔다. 70년 이상 이어온 관계라 하더라도 경영전략, 이해관계에 있어 불일치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사실상 터질 것이 터졌다고 보는 편이 맞다.
장병희, 최기호 창업자의 시대가 가고 1990년대에는 장형진 고문이 영풍을, 최창걸 명예회장이 고려아연을 경영했다. 장형진 고문은 아버지인 장병희 창업자에게로부터 “무슨 일이 벌어지면 최기호 회장한테 가서 얘기해라.”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고 한다. 2세대까지는 양가의 사이가 돈독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3세대로 넘어갈 시기가 되자 상황은 달라졌다.
최 씨 측(고려아연)은 2021년 9월 장 씨 측(영풍)이 영풍의 제련소에서 발생한 산업폐기물을 고려아연 쪽에서 처리할 것을 요구한 것이 갈등의 시작이었다고 주장하고, 장 씨 측은 최윤범 회장이 2차전지, 친환경 에너지 분야로 사업의 방향을 바꾸려고 시도하며 대규모 차입을 일으킨 것이 시작이라고 주장한다.
무엇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쟁의 씨앗은 2017년 영풍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당시 뿌려졌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당시 영풍 그룹은 ‘고려아연 → 서린상사 → 영풍 → 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형식의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었는데, 정부의 순환출자 규제 강화로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장형진 고문이 서린상사가 보유한 영풍 지분 10%를 취득하며 순환출자 고리를 끊게 된다.
이로 인해 영풍은 장 씨 일가가 거의 확실히 지배하게 되었고(장 씨 일가가 지배하는 계열회사가 가진 영풍 지분 포함 시), 장 씨 일가가 가진 고려아연 지분과 영풍 지분을 합치면 30%를 훌쩍 넘어가게 되었다. 반면 최 씨 일가가 가진 고려아연 지분은 20%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지분이 5대5 수준에서 균형을 이뤘던 과거에 비해 최 씨 일가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영향일까, 2022년 8월 갈등이 본격화되었다. 기획재정부는 익금불산업률 상향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자회사 지분율이 30%를 넘어가면 배당수익에 대한 익금불산입률을 30%에서 80%로 올린다는 내용이었다.
익불산입은 세법에서 사용되는 용어다. 회계적 이익과 세법상 손익에는 차이가 있는데, 이를 조정하는 과정을 거칠 때 익금산입/불산입, 손금산입/불산입을 하게 된다.
익금은 수익, 손금은 비용과 대응된다. 익금산입은 수익을 세법상 손익에서도 수익으로 본다는 의미이고, 손금산입은 비용을 세법상 손익 에서도 비용으로 본다는 의미이다.
익금불산입의 경우 수익을 세법에서는 수익으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이기에 익금불산입률이 80%라는 것은 지분율이 30%를 넘어가는 자회사로부터 배당을 받으면 그 중 80%는 공제된다는 뜻이다. 이전에는 배당의 70%에 대해서 세금을 내야했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20%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면 된다.
당시 자사주를 제외하면 영풍의 지분율이 29.35%였으니 지분을 조금만 늘리면 세금을 대폭 아낄 수 있었다. 그렇기에 2022년 7월 영풍은 고려아연에 지분 확대 의사를 전달했다. 하지만 고려아연은 동의하지 않았고 2022년 8월 유상증자를 공시하였다. 이에 영풍의 지분은 희석되었고 세제 혜택을 받기에는 투입해야 하는 금액이 너무 커져버렸다.
유상증자 대상은 한화였다. 고려아연과 한화가 사업제휴를 맺어 지분을 서로 갖는 구조였다. 이어서 고려아연은 23년까지 유상증자, 주식 교환 등을 통해 한화 뿐 아니라 현대차, LG화학과도 사업제휴를 맺으며 지분을 서로 취득했다. 현재 결과적으로 현대차는 5.05%, 한화는 7.75%, LG화학은 1.89%의 고려아연 지분을 가지고 있다.
영풍 그룹의 지배구조는 다음과 같다.
그리고 다음은 영풍의 법인세차감전이익 중 고려아연 지분법이익의 비중이다.
영풍은 고려아연 향 지분법이익을 제외하면 평균적으로 적자를 내고 있다. 매출 수준도 영풍과 고려아연은 3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즉, 영풍 그룹은 고려아연을 빼고 나면 남는 것이 없고 고려아연이 영풍 그룹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이 상황에서 고려아연의 경영은 최 씨 일가가 맡고 있고, 장 씨는 영풍을 통해 고려아연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 씨 일가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주식 교환을 통해 영풍의 지분을 희석시켜 영향력을 낮추는 행위를 하였고, 장 씨 일가 입장에서는 대응을 해야 했을 것이다.
분쟁의 격화 및 현황
불안감은 행동으로 옮겨졌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정관을 위반하여 유상증자를 했다고 주장하며 2024년 3월 6일 고려아연을 상대로 신주 발행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양측의 사이가 완전히 틀어졌음을 알리는 대목이었고 결국 4월 13일 고려아연은 영풍과 공동 사업 분야를 모두 정리했다고 발표했다.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이고 지배권은 주식이 많은 쪽이 갖게 된다. 그렇기에 동업 관계가 종료되면 회사를 차지하기 위해 싸우게 되고, 지분 확대에 만전을 기하게 된다. 양측은 계속해서 지분 공시를 내며 지분을 매입하였다. 그러다가 2024년 9월 13일 갑자기 MBK가 고려아연 공개매수 공시를 내며 참전을 알렸다. MBK는 장 씨 측에 합류했다.
MBK는 이와 함께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 공시도 냈는데, 영풍정밀의 고려아연 지분이 1.85%였기에 영풍정밀의 지분 확보도 중요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리고 최 씨 측 지분이 35.24%이고 장 씨 측 지분이 21.25%이기에 시도해볼 만하다고 봤을 것이다. 거기다가 고려아연 경영권 방어에 참여해야 하는 최 씨 측의 자금을 묶어두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이때부터 여론전이 이어졌다. 영풍과 MBK 측은 그동안 고려아연이 주주가치 보호에 미흡했음을 지적했고, 고려아연 측은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는 기업사냥꾼의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결국 고려아연은 경영권 방어의 일환으로 10월 2일 자사주 공개매수 공시를 냈다.
이어서 양측 모두 공개매수가를 올리고 소송을 제기하는 등 분쟁이 많다. 타임라인은 다음과 같다.
한화, 현대차, LG화학을 최 씨 측의 우군이라고 봤을 때 최 씨 측과 장 씨 측의 지분은 거의 같은 수준이다.
그리고 현재 MBK는 더 이상 공개매수가를 올리지 않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현재 상황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영풍정밀의 경우 이변 없이 최 씨 측이 가져갈 것이다. 이로 인해 최 씨 측이 1%p 미만의 지분율 차이로 유리한 상황이 된다.
다음으로는 MBK의 공개매수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중 투자자들이 어디에 참여할 지를 생각해봐야 하는데, 일단 공개매수가와 최대 매입 물량만 따져보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참여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는 몇 가지 이슈가 있다.
먼저 영풍이 재차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을 신청해놓은 상황이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행위에 대한 배임 이슈와 배당가능이익에 대한 정의 및 자사주 매입 가능 여부가 골자인데, 자세한 사항은 다음 영상을 확인 바란다. 필자는 법에 대해서 전혀 지식이 없지만, 이미 한 차례 기각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기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을 생각하면 MBK 공개매수에 일부 참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음으로, 국민연금과 패시브 펀드 지분이 공개매수에 참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들이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참여한다면 공개매수를 할 수 있는 최대 물량을 넘어갈 것이고, 그렇다면 이 가능성 때문에도 MBK 공개매수에 일부 참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자사주는 기본적으로 의결권이 없다. 자사주를 우호세력한테 매각하거나 지분을 교환하여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할 수는 있으나 이번 공개매수는 소각을 전제로 하였기에 이조차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MBK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봐야 한다.
이를 고려하여 MBK의 공개매수에 참여하는 지분으로 시나리오를 짜보면 다음과 같다.
우호세력 지분율은 계산하기 나름이니 메리츠증권 자료를 사용하였다. 결국 투자자들이 MBK 공개매수에 2~3%만 참여해도 장 씨 측 지분이 앞선다는 결과가 나온다. 현재 모든 지분 싸움이 내년 초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 때, 최 씨 측이 이길 수 있는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일단 MBK 공개매수에 아무도 참여하지 않거나 2% 미만의 지분이 참여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비교적 쉽게 표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사실 위에서 언급한 이유로 일정 지분은 MBK 공개매수에 참여할 것이라고 봐야 한다.
다음으로 MBK 공개매수에 4% 내외의 지분이 참여한 경우다. 이때는 가지고 있는 자사주를 활용해야 한다. 이 자사주를 우호세력에 매각하거나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표대결을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계약을 12월 말까지 완료해야 하기에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최 씨 측이 이길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는 우호세력이 계속 우호세력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로 깔린다. 표의 최 씨 우호세력에는 한화, 현대차, LG화학도 들어가 있는데, 사실 이들은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후 입장을 표명한 적이 없다. 사업제휴를 맺었다고 하더라도 ‘고려아연’이라는 회사와 제휴를 맺은 것이지, 최 씨 측과 제휴를 맺은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금감원은 이번 경영권 분쟁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사법 리스크도 있는 바, 이들이 최 씨 측을 도울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이를 보여주듯 고려아연 기타비상무이사로 있는 현대차 김우주 본부장은 최근 공개매수가 상향을 결정하는 이사회에 불참하였다. 여러 방향에서 검토해봤을 때 상황은 MBK 쪽으로 유리하게 흘러가는 것으로 보인다. 이 글을 작성 중인 날짜는 10월 13일이고, 내일이 지나면 윤곽이 어느정도 드러날 것이다.
MBK가 고려아연을 선택한 이유
MBK는 왜 장 씨 측과 손을 잡고 고려아연을 차지하려 하고 있을까.
안정적인 현금흐름
앞서 말했다시피 고려아연은 글로벌 탑 수준의 제련회사이다. 비철금속은 산업 어디에나 쓰이기에 수요는 항상 꾸준히 있고, 50년 이상 사업을 이어온 고려아연은 레퍼런스도 탄탄하고 기술력은 말할 것도 없다. 지난 몇년 마진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제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컨센서스 상으로 EBITDA는 다시 2021년 수준을 회복한다. 탑라인이 무너지지 않는 한 비용절감에 있어서 PE는 선수다.
KKR의 Safeway 딜에서도 확인했던 것처럼, LBO의 기본은 안정적이고 예측이 쉬운 현금흐름이다. IRR보다 이자율이 낮은 경우 레버리지가 높을수록 IRR이 극대화되는데, 레버리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펀더멘탈의 안정성이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MBK의 경우 공개매수에 필요한 2조 5천억 원 중 2조 원을 차입으로 조달했다. 고려아연의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한 과감한 결정일 것이다.
악화되고 있던 자본배치
공개매수 발표 전 주가, 24년 컨센서스 상으로 고려아연의 PER은 17.3x, EV/EBITDA는 8.5x 수준이다. 그리고 기존 주가에 비해 50% 프리미엄을 부여한 공개매수 가격 상으로는 PER 25.6x, EV/EBITDA 12.6x이다.
자세한 계약사항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MBK는 영풍이 소유한 고려아연 지분에 대한 콜옵션도 가지고 있다. 행사 가격은 고정형인 것으로 보이고, 현재 공개매수 가격과 같거나 낮은 수준일 것이다. 따라서 더 낮은 멀티플에 인수하는 형태일 수도 있다.
산업가스도 비철금속과 같이 모든 제조업에 사용되기에 꾸준한 수요가 있고, CAPEX가 많이 들어간다. IMM PE가 2019년 초 국내 산업가스 4위 업체인 린데코리아의 일반가스 사업부를 인수할 때 2019년 실적 기준 EV/EBITDA가 13~14x를 넘어갔다. 물론 추가 고객사 확보 등 다른 thesis가 있었지만, 고려아연이 국내가 아니라 세계 1위 수준임을 고려할 때 절대 비싸다고 볼 수 없다.
프리미엄이 붙기 전 주가 수준에 대한 답은 아래 그림에서 찾을 수 있다.
배당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payout ratio는 영풍이 배당 확대를 요구하기 전 40%를 넘어간 적이 없고, ROA와 ROE는 신사업 영향도 있겠지만 낮은 수준에서 더 하락하고 있다. ROA가 낮은 자산을 늘리기보다는 주주들에게 배당을 지급하거나 자사주를 매입하였다면 어땠을까. 이제와서 7% 가까운 금리에 차입해서 자사주 공개매수를 하는 행태는 정말 보기 껄끄럽다. 경영권 공격을 당한 것은 올바르지 못한 자본배치, 주주가치 보호 미흡에 대한 꾸짖음이라고도 볼 수 있다.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한 자본배치를 하는 PE 입장에서 고려아연은 비효율성을 개선할 룸이 큰 기업이라고 봤을 것이다.
결론
지난 글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과거 미국의 상황은 한국과 닮아있다. 한국의 기업들도 고성장기를 지나왔고, 시간이 지나며 지배구조에 구멍이 생기고 있다. 그리고 주주가치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며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서적으로 한국이 미국과 많이 달라 미국에서 기관투자자들이 했던 행동을 한국 기관투자자들이 그대로 보여주기는 힘들겠지만 앞으로 기회가 더 많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지 않을까.”
고려아연이 정확한 사례다. MBK는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빈틈을 파고들었고, 제대로 먹혀 들어갔다. 필자는 본 사례가 MBK와 같은 PE의 경영권 인수가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게 하는 큰 걸음이며, 기존 경영진에게 주주가치에 신경을 쓰라는 메세지를 던진 바람직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물론 고려아연과 같은 큰 딜은 자금력 측면에서 MBK가 아니면 참가할 수 있는 국내 사모펀드가 거의 없다. 하지만 한국의 많은 중소기업들이 승계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전통적으로 그래왔듯 주주가치는 내팽개친 기업도 많다. 그렇기에 프리미엄을 고려해도 싸고 좋은 기업이 많다.
그리고 이번 사례에서 느낀 점은 분위기가 많이 변화하였다는 것이다. 기존 경영진, 재벌에 대한 공격이 국가 성장을 저해하는 사냥꾼의 행동으로 받아들여졌던 과거와는 다르다. 이제 진정한 자본주의에서 돈으로 하는 전쟁, 쩐의 전쟁이 가능하다. 선구자가 발을 내딛었다. 이제 다른 PE들도 기회를 찾아 떠날 차례다.
‘메기 효과’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입니다. 노르웨이의 어부가 정어리가 들어 있는 수조에 천적인 메기를 넣어 정어리들이 죽지 않게 운반했던 데서 유래된 용어입니다. 미꾸라지들이 사는 연못에 메기를 풀어놓으면 미꾸라지들이 메기한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움직인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 [박종면칼럼] 이제 MBK 같은 ‘메기’도 필요하다
그렇다. 한국 자본시장에는 ‘메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현재 자본시장에는 미꾸라지가 많다. 메기의 활동은 메기도 배를 채우게 하고, 미꾸라지도 생존을 위해 노력하게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PE는 아니지만 그동안 PE 커리어를 밟아온 얼라인파트너스 이창환 대표님의 영상을 남기며 마무리한다. 얼라인의 에스엠, 금융지주에 대한 행동주의는 정석적으로 이루어졌고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단순 주식 투자를 하는 기관투자자들도 투자하고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나서는 것이 우월전략이라는 생각이 든다.
+) 10/15 추가
MBK가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 5.34%를 확보하며 거의 승리를 알렸다. 주주총회 표대결이 남아있다고는 하나, 위의 분석에서도 봤듯 공개매수 참여 물량이 4%만 넘어가도 최 씨 측이 이길 확률은 희박해진다.
다음은 MBK의 입장문이다.
<공개매수 완료에 대한 입장문>
안녕하세요. MBK 파트너스입니다.
금일부로 지난 달 13일부터 MBK 파트너스·영풍(000670) 고려아연 최대주주 연합이 진행한 공개매수는 완료됐습니다.
저희는 오늘이 한국 자본시장에서 의미 있는 이정표로 남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자본시장의 지지 덕분에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노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된 실질적인 첫 번째 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주주분들과 국내 자본시장 관계자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MBK 파트너스·영풍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서 지난 한 달 간의 공개매수 과정을 통해 주주분들과 시장 관계자분들은 물론, 고려아연 및 영풍정밀의 임직원분들, 노동조합, 지역사회, 그리고 대한민국 모든 구성원분들께 “기업 거버넌스가 올바르게 확립돼야, 기업가치는 물론, 주주가치가 바로 세워질 수 있다”는 점을 말씀 드렸습니다.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의 주주분들을 포함해, 저희 MBK 파트너스·영풍이 드리는 말씀을 경청해주시고, 믿고 성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MBK 파트너스·영풍은 이제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서, 고려아연에 대한 경영지배를 공고히하고 투명한 기업 거버넌스 확립을 통해 고려아연의 지속 성장과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서 이미 여러 차례 말씀 드린 바와 같이, MBK 파트너스·영풍 최대주주 연합은 시장과 투자자 및 주주분들은 물론, 고려아연의 임직원 및 노동조합, 관계사 및 협력업체, 지역사회와도 진정성 있는 소통을 실행해나갈 것이고, 이번 공개매수 과정에서 드린 약속들을 책임있는 최대주주로서 이행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이러한 노력의 첫 걸음으로, MBK 파트너스·영풍은 우선 ‘고려아연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중단되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려고 합니다.
3조원이 넘는 대규모 차입방식의 자기주식 공개매수는 고려아연에게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발생시킬 것입니다. 회사 재무구조에 피해를 입히는 것 뿐만 아니라, 남은 주주분들께도 이러한 손해가 전이될 것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기존에 진행 중이던 소송절차를 통한 구제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고자 합니다.
MBK 파트너스·영풍은 최대주주로서 기업지배구조를 올바로 세운 후 고려아연이 명실상부한 비철금속제련 부문 글로벌 리더로서, 대한민국 경제, 산업의 근간이자 미래 성장 동력을 이끄는 기업,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노력을 다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